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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 ‘나’를 버리니 내 안의 ‘나’를 얻다
-속세의 번뇌 잠시 잊고…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재판, 다시 불거지는 한일 외교 갈등, 대내외 악재로 더욱 위태로워지는 경제 상황, 연일 쏟아지는 뉴스와 신문기사에 나날이 지쳐가는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위태로운 오늘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우리들. 기자는 이런 하루를 털어내 보고자 6번 국도에 몸을 실어 봤습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사 그리고 템플스테이, 평일에 찾은 이곳은 바람소리마저 까치발을 들고 다닙니다.

2015년 템플스테이 최우수 운영 사찰로 선정되었던 용문사 템플스테이의 표어는 ‘나를 챙기다’입니다. 여기서 ‘나를 챙기다’는 것은 새로운 것, 특별한 것 만 찾는 세상에서 오래된 것들,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건강한 ‘나’를 챙긴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기자도 철저하게 나를 챙기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하는 내 나라이지만 지금 시국은 정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벼랑끝으로 몰고 가는 것만 같습니다.

주말에 운영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체험형 템플스테이 보단 이러한 마음에 평일에 행해지는 휴식형 템플스테이에 몸을 맡겨 봤습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주요 일정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독서와 명상, 등산 등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나를 챙기기 이지만 먼저 나를 버려야 했습니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줄여야 했고 과장된 몸짓도 여기선 허락지 않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예를 갖추고 존중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세속적인 나를 버려야 참된 나로 다가설 수 있다 합니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해가 넘어가면 예불을 알리는 범종이 울립니다. 대웅전 한켠에 합장을 하고 앉으면 스님들의 염불 소리가 법당안에 가득 울려 퍼집니다. 두 무릎과 이마가 땅에 닿게 엎드려 절을 하고 합장한 두 손에 나를 담아 버리면 소용돌이치던 마음이 진정됩니다. 땀이 맺힌 이마는 법당을 나서면 한겨울 찬바람에 이내 말라 버리고 가슴속 청량감은 어떠한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느낍니다.

용문사의 밤은 주지스님과 마주한 따뜻한 차 한 잔 사이로 그렇게 깊어만 갑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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