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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만두 집 100여곳서 먹고 또 먹으며 분석…소비자 입맛에 더 가깝게”
-비비고 왕교자 흥행 이끈 CJ제일제당 ‘만두 어벤저스’팀

“냉동만두는 싸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요.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1000번 이상 치댄 얇은 만두피, 씹는 맛이 꽉 찬 35g 왕교자가 업계를 재패했다. 냉동만두의 편견이 깨졌다. “뭐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갈아넣은 속재료”, “특징 없는 똑같은 맛”, “기계로 찍어낸” 탓에 외면받았던 시절이 길었다. 냉동기술은 진화했고, 속재료는 건강해졌다. ‘프리미엄 만두’ 시대가 열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12월 비비고왕교자를 출시, 업계 시장 점유율의 40.5%(링크아즈텍 2016년 10월 누계 기준)를 차지하는 절대강자로 올라섰다. 2016년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비비고 왕교자의 흥행 뒤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의 ‘만두 어벤저스’ 팀이 있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조근애<사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을 만났다. 비비고 왕교자는 조근애 부장이 이끄는 총 9명의 ‘만두 어벤저스’팀의 성공작이다.

비비고 왕교자가 탄생하기까지 ‘내부 목표’는 굳건했다. 냉동만두의 저가 이미지 탈피,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는 건강한 만두를 만들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제만두에 대한 요구가 커요. 전국 100여개 만두집을 하루에 세 곳씩 돌면서 분석하고 벤치마킹했어요. 왕교자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하나씩 개선해가며 업그레이드한 만두라고 할 수 있어요.”

만두 전문점 답사를 시작한 것은 “냉동만두에도 셰프의 맛을 구현해보자”는 ‘만두팀’의 의지 때문이었다. 조근애 수석연구원은 “비싸면서도 많이 가는 만두가게는 어디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유명 가게부터 이름 없는 가게까지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추려진 만두 전문점이 100여개. 부족한 연구비로 인해 ‘몽중헌’과 같은 전문점에선 “우리 조금만 먹고 오자”며 눈물을 삼킬 때도 있었다. 만두계의 슈퍼스타인 ‘자하손만두’나 ‘개성만두 궁’은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이다.

“롤모델은 아니지만 비비고 왕교자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곳이 궁이에요. 지금도 궁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죠.” ‘궁’은 최근 미쉐린가이드 서울 빕구르망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숱한 시장조사 이후 만두팀은 소비자가 원하는 만두는 ‘꽉 찬 속’, ‘얇은 피’, ‘손으로 빚은 수제 타입’이라고 판단했다. 비비고 왕교자는 단숨에 태어나지 않았다. 비비고 왕교자가 태어나기까지 만두팀은 수천개의 만두를 먹고, 빚고, 분석했다. 9명의 연구원이 일주일에 6번씩 만두를 배합하고, 매주 10여가지의 만두를 시식했다. “물리도록 먹었고 지금도 먹고 있죠.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업무로 먹는 거죠. 근데 또 그게 직업이다 보니 잘 먹어요. 경쟁사 만두는 더 신경써서 먹어보죠.(웃음)”

얇은 만두피는 숱한 연구 끝에 “쫄깃하면서도 퍼지지 않는 식감”을 내기 위해 ‘왕교자 전용분’을 만들었다. 비비고 왕교자의 상징 같은 외관을 만들기 위해 물결을 살린 기술로 특허까지 냈다. “두 입에 먹을 때 가장 만족감이 크다”는 ‘왕’(王)자에 걸맞는 35g로 늘렸고, 깍둑썰기로 제대로 된 원료를 채워넣었다.

비비고 왕교자가 다시 그린 만두 시장은 현재 ‘왕교자’ 전성시대를 맞았다.‘만두 어벤저스’ 팀은 왕교자 이후의 시장도 고민한다.

“지금까진 편의식에 머물렀던 만두를 HMR(가정간편식)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예요. 1인가구, 혼밥족이 늘고 있잖아요. 영양밸런스가 충분한 완전식이기 때문에 식사 대용으로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보고 있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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