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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상품 잔혹사 ②] 베끼고 베끼면 공멸, 뻔히 알면서도…
-인기제품들 유행주기 갈수록 짧아져
-식품업계, 다시 ‘기본’으로 전략 선회
-원조제품에 트렌드 더해 색다른 변신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리턴 투 베이직(Return to basic).’

허니맛 감자칩, 짬뽕 라면 등 시장 판도를 뒤흔든 메가 히트상품에 환호하던 식품업계가 다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원조 먹거리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쏟아지는 ‘미투(me-too)’ 제품들의 유행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새로운 맛보다 익숙한 기존의 맛을 원하는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의 영향 탓이다. 

리뉴얼한 농심 너구리

한때 품절사태까지 빚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나 오리온의 ‘초코파이 정 바나나’ 정도가 히트제품으로 볼 수 있다.

‘허니버터칩’의 경우 2014년 출시 첫해 200억원, 2015년 900억원어치가 팔려나가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지만 이후 달콤한 감자칩 미투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증가율은 차차 더뎌지기 시작했다. 또 바나나맛 열풍을 주도한 바나나맛 파이류의 인기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맛’, 롯데제과 ‘몽쉘 초코&바나나’ 등 바나나맛 파이는 출시 이후 한달새 무려 140% 증가했지만 이후 매출이 줄어들면서 지난 11월에는 출시 직후인 4월 대비 -91.1%로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일맛 소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주 판매량에서 과일맛 소주가 차지한 비중이 가장 높았던 8월에 3.7%까지 올라간게 최고였다. 소주 100병을 팔면 3~4병 정도가 과일맛 소주란 얘기다. 한때 기존 소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2~3도가량 낮아 순한데다 달콤한 과즙이 첨가돼 여성들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신제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허니맛 감자칩이나 과일맛 소주 등이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창출했지만 거품이 빠지면 결국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면 이미지

결국 인기제품들의 유행주기가 짧아지자 업계는 ‘기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원조제품에 최근 소비자들의 기호와 트렌드를 더해 색다른 변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수제품’이라는 ‘추억’에 ‘새로움’을 더해 중장년층 소비자와 젊은 소비자 모두에게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팔도는 지난해 출시 30년을 맞은 ‘도시락’ 용기면의 새로운 라인업 제품 ‘김치도시락’을 출시했다. 도시락 용기면은 1986년 국내 최초로 ‘사각용기’를 적용해 마치 도시락을 먹는 듯한 독특한 용기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제품이다. 자매 제품으로 새롭게 선보인 김치도시락 역시 ‘엄마’의 이미지와 당시 로고까지 재현한 도시락 제품의 출시 초기 포장지를 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농심 역시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1982년 출시된 해물우동라면의 원조격인 ‘너구리’를 리뉴얼했다. 이번에 선보인 너구리는 면발이 종전보다 15% 더 굵어졌다. 농심 관계자는 “굵어진 면발과 깊어진 해물 맛이 이번 리뉴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원조 너구리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호만 반영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이후 지속적인 맛과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원조식품만의 독특한 매력이 소비자들의 소비욕을 자극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식품업계마다 신제품과 미투제품 출시에 발벗고 나서겠지만 결국 반짝 판매수익을 올릴 뿐 원조식품의 아성은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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