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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당직자 “하… 무슨 일로 전화했냐” 짜증 폭발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재외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駐) 타이페이 한국대표부의 무성의한 영사 업무가 낱낱이 공개됐다. 대만 현지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우리 관광객은 외교부의 무관심 속에 교민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건 접수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페이 여행 중 택시 기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A 씨는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A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지난 12일 타이페이에서 택시 관광을 하던 중 마지막 관광지였던 ‘지우펀’에서 택시 기사가 건네준 요구르트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택시 기사는 A 씨를 깨워 관광을 보낸 뒤 나머지 친구 2명을 데리고 성추행했다.

해당 택시업체는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상위에 검색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이 택시업체는 성추행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중에도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광객의 주의가 요구된다.

A 씨 일행은 택시 기사가 건네준 요구르트에 신경안정제가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택시 기사가) 이전에도 과일이나 버블티 등을 계속 줬는데 그 때는 이상이 없어 (요구르트도) 호의로 생각하고 먹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친구들은 (요구르트를) 마신 후 바로 정신을 잃었고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저도 10분 정도 잠 들었다가 택시 기사가 유독 저만 깨워 야시장 관광을 보냈다”고 말했다.

뒤늦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된 A 씨 일행은 고민 끝에 주 타이페이 한국대표부로 긴급전화를 걸었다. 시간은 새벽 3시30분이었다. 한국대표부 당직 직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하…” 한 숨을 내쉬더니 “무슨 일로 긴급전화를 하셨느냐. 지금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다”고 짜증을 냈다.

A 씨 일행은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경찰 신고를 위해 통역을 요청했지만, 당직 직원은 “상시적으로 통역 제공은 어렵다. 우선 날이 밝는대로 경찰에 신고하고 연락을 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A 씨 일행에게 신고할지 말지 결정해달라고 했는데 답이 없었고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대만 경찰에 있다고 해서 즉시 현장으로 나갔다’고 해명했다.

A 씨는 그러나 “외교부로부터 신고할지 말지 여부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현지 교민들이 같이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 주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A 씨 일행은 성추행 피해 사건과 외교부의 대응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주 타이페이 한국대표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 A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외교부 담당부서에 항의했다. A 씨는 “‘녹취를 달라’, ‘당직 직원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휴가를 갔다’, ‘병가를 냈다’ 등으로 답했다”면서 “계속 (우리를) 피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대만 교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 타이페이 한국대표부가 이런 식으로 일 처리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소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면서 “현지 법원에서 증언하는데 교민이 통역해줬고, 숙소를 찾아달라고 해도 답이 없어서 결국 교민의 집에서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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