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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 은행 비이자이익의 중요성
은행업의 본질적인 영역은 예금과 대출이다. 예금이라는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이라는 자산을 운용함으로써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익인 이자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의 대출자산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이 부실화되면 은행은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질 수 있고, 이를 걱정한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창구로 몰려들면 실제로 큰 문제가 없었던 은행조차도 유동성 부족에 빠지며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뱅크 런의 가능성이 은행업의 본질적인 위험요소이며, 이러한 잠재 위험에 대한 감독당국의 대응방안이 바로 자기자본 규제다. 대출자산이 어느정도 부실화되더라도 은행의 자기자본으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은행이 예금 등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자본 규제 하에서는 은행이 은행 대출자산이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 자본도 증가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 규제가 강화될수록 은행은 대출자산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최근의 규제환경 변화는 은행의 자본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형은행들은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를 동원해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살아남았다. 은행의 부실로 인한 비용은 사실상 납세자인 국민들이 상당부분 부담했다.

이러한 은행들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비판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금융위가 연내 국내 도입을 위한 입법절차를 완료하겠다고 한 ‘베일 인’(Bail-in) 제도다. 이는 대형은행이 대규모 부실로 인해 지급불능 상태에 처했을 때 은행 주주뿐만 아니라 예금자를 포함한 채권자들도 손실을 분담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물론 포함되는 채권의 범위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며, 예금보호제도의 취지도 유지되기 때문에 예금을 통째로 떼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암묵적인 구제금융 가능성 덕분에 손실 가능성을 거의 걱정하지 않았던 은행의 채권자들이나 고액예금자들은 이제 은행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건전한가,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은 없는가 등을 따지면서 은행에 예금을 하고 돈을 빌려주게 될 것이다.

여기서 은행이 채권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좋은 방법은 대출의 건전성을 잘 관리하고, 동시에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느정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채권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주주들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베일 인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갖추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이는 그렇잖아도 예대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증가를 위해 요구되는 자본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은행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모든 문제들은 은행의 예대 비즈니스가 대출자산의 증가와 그에 따른 예금부채의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자산증가 없는, 따라서 부채의 증가를 수반하지 않으며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도 없는 비즈니스를 더욱 선호하게 됐으며, 이것이 바로 비이자이익 비즈니스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송금, 환전시의 수수료 수입, 금융상품 판매시의 수수료 수입 등이 있다. 특히 금융상품 판매 분야에는 고질적인 불완전판매 논란도 있고, 은행이 과도한 수수료를 챙긴다는 논란도 있다.

그러나 ‘저성장 저금리’로 대표되는 이자이익 비즈니스를 둘러싼 실물경제 여건의 악화, 자본규제 강화 등의 규제환경 변화를 생각하면 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비즈니스의 활성화가 답이다. 은행들이 자산관리업 등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에 고령화의 진행으로 인해 고객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은행의 사업환경 자체가 수수료수익의 중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은행들의 수익성이 차별화된다면 자산관리업을 비롯한 수수료수익 분야에서 어느 은행이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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