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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무리한 이재용 영장청구, 법원이 냉정히 판단할 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그리고 위증이다. 하지만 혐의 자체부터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너무 많고, 무엇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데 꼭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설령 혐의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국내 최대 기업 오너인 점을 감안해야 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특검 수사에 무리수가 많아 보인다는 지적인 셈이다.

하긴 그런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일단 특검 수사의 큰 그림은 삼성 수사 과정에서 윤곽이 대략 드러났다. 정권 차원에서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게 하고, 그 대가로 삼성이 430억원 상당의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도 대가성 뇌물로 본 게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객관성이 떨어지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당장 권력의 요구를 외면할 간 큰 기업은 없다는 우리 사회 관행을 간과한 듯하다. 만에 하나 거부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는지 누구보다 기업인들이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협회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질책까지 받았다. 그런 압박을 이겨 낼 기업과 기업인은 단언컨대 1곳도, 1명도 없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승마협회와 최순실 측을 지원했을 뿐 대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건 이런 맥락이다.

특검이 내세운 ‘정의’라는 용어도 적절하지 못하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의와 불의가 사법 단죄의 요건이 될 수는 없다. 오직 법과 원칙에 근거한 판단이라야 한다. 이러니 특검 수사가 촛불 민심 등 사회 분위기를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오해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 청구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50여개의 기업들 모두가 사법 처리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2%대 유지조차 우려될 정도로 침체 국면에 접어든 우리 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법원이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구속 적부(適否)를 가릴 것이다. 사법부의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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