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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이재용 ‘구속 vs. 불구속’ 고민...감정과 논리 사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 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16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재벌개혁’ 차원으로 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이들은 구속 후 기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벌개혁으로 경영이 투명해지면 한국 기업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그 동안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적잖게 이뤄진 대기업 총수에 대한 특혜들을 감안하면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 ‘국민정서’가 아닌 ‘확실한 법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재벌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점은 법의 허점이 적지 않은 탓이 큰데, ‘최순실 사태’에 분노한 국민정서에 기대 법을 오용(誤用)할 경우 이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족했던 재벌개혁은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 그를 근거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까지 삼성에 대한 검찰과 특검 수사결과를 보면 확인된 사실은 최순실과 삼성 사이에 돈이 오갔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이뤄진 대화 내용은 아직 삼성 측이 진술한 부분이 거의 전부다. 대화의 또다른 주체였던 박 대통령의 구체적 진술이 없다. 최고권력자와 대한민국 최대기업 총수의 독대였다는 점에서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아직까지 드러난 것은 ‘부러진 동전’의 반쪽 뿐인 셈이다.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은 어머어마하다. ‘제왕적 대통령’임을 대부분이 인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구체적인 대가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다. 과거 정부에서도 최고권력자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아 회사가 무너진 사례가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 역시 민주정부라지만 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치밀하게 보복한 정황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물론 삼성 등 기업들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확률로 엄청난 권력의 무게에 눌려 당장의 대가를 따지지 않고 돈을 낼 수 밖에 없었을 가능성도 동시에 열려있다.

기업 총수들이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편법적인 사업관련 특혜나, 특정 개인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불법적 대가를 요구했다는 증거가 확실하다면 중대한 범죄일 수 있다. 이에 상응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을 때 비단 본인이 아니더라도 회사 전체와 주주 전체가 입을 수 있는 여러 피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대가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중요하다. 아직 언론에 알려진 사실로만 종합하면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구속기소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도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는 증거인멸이 구속의 가장 중요한 사유일 수 밖에 없다.

앞서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문형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이들 역시 공인이라는 점에서 도주보다는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구속영장은 신병확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청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특수성과, 앞선 사례로 볼 때 피의자로 소환됐던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이 명확했다면 귀가 조치가 아닌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순어여야 했다. 만약 수사결과에 대한 법리 문제라면 기소 후 재판에서 다투는 게 상식이다.

최순실의 경우 이미 구속된 상황임에도 특검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범죄혐의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 아무리 구속 상태라도 강제 수사가 어렵다. 대기업 총수들의 경우 검찰과 특검은 물론 국회청문회 등에도 모두 출석하는 등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국가기관의 요청에 모두 응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경제가 어렵다고 기업인들에 법의 잣대를 느슨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반대로 대기업 총수라고 해서 남다른 잣대를 적용해서도 형평에 어긋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기업인 수사도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법의 잣대에서 이뤄져야 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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