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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교양시대…알아야 산다
-다윈의 정원
‘다윈의 진화론’ 다룬 3부작 완결편
생물·심리·뇌과학 관점서 인간본성 이해
-끌림의 과학
성적 끌림에 대한 뇌 화학작용 통찰
위트 있고 냉정한 시선으로 풀어내


2014년 소프트뱅크는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는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어색해하기도 하고 진심어린 시선을 교환하며 농담을 건네는 페퍼는 상대방의 슬픔이 느껴지면 다가와 꼭 안아주기도 한다. 이 로봇은 다른 페퍼들과 데이터를 교환해 스스로 진화한다.

2012년 7월 과학자들이 힉스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는 흥분했다. 세상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존재의 근원을 풀 단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뇌과학, 진화생물학, 천체물리학 등 과학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들을 모르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과학교양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과학적 지식을 대중적 시각에서 풀어 전달하는 책 뿐만 아니라 과학을 인간과 사회이해의 인문학적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책들이 눈에 띈다.

장대익의 ‘다윈의 정원’은 다윈진화론을 통해 새로운 인간학을 제시한 야심작으로 그의 ‘다윈 3부작’의 완결판이다. 집 뜰에 텃밭과 온실을 꾸미고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하며 ‘자연선택’이론을 키워갔던 다윈의정원에서 태어난 새로운 통찰들을 소개하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자 시도한 것이다.

다윈의 진화심리학은 한 마디로 인간이해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인간을 유전자의 생존 및 번식 기계로 인식한 것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는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다는게 이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만으로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본다. 인간진화의 독특성은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밝힌 ‘밈(meme)’에 있다. 도킨스는 밈을 ‘새로운 복제자’로 지칭하며, 밈의 사례로 선율, 아이디어, 캐치프레이즈, 패션 , 주전자 만드는 방법, 문 만드는 기술 등을 들었다. 종교적인 행위들도 대표적인 밈이다.

저자는 유전자와 밈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 인간 본성의 보편성과 독특성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안한다. 바로 ‘일반 복제자 이론’에 근거한 진화인간학이다.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영장류학, 뇌과학 등 포괄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진화인간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좀 다르게 해석된다. 영장류학은 인간의 신피질비 크기에 기초해 인간의 사회집단 크기를 150명 정도로 예측한다.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대화와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진화됐다고 주장한다. 도덕성의 근원과 심리, 몸과 마음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도 진화론은 색다른 통찰을 제공한다. 기능적자기공명영상 실험에 따르면, 도덕적 판단 상황에서 뇌는 이성의 영역뿐만 감정이나 직관의 영향을 받는다. 진화론은 경영의 화두인 혁신에도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진화적 혁신은 거대 규모의 돌연변이가 아닌 발생 유전자 수준에서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진화인간학은 과학이 더 이상 실험실 안의 학문이 아니라 인문학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래리 영의 ‘끌림의 과학’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랑, 성과 관련된 모든 행동에 뇌의 화학작용이 자리잡고 있다는 냉엄한 사실을 보여준다.

가령 태아의 성별을 결정짓는 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건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의 성이형핵의 크기를 결정짓는다. 태아가 단 한번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성별이 바뀐다. 남녀의 행동차이는 사회화과정과 상관이 없다. 이 또한 생물체의 뇌에 이미 설계돼 있다.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여아는 사람의 얼굴을 더 오래 쳐다보고, 남아들은 물건을 더 오래 쳐다봤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성행동이 뇌에 새겨진다는 조직가설이다.

첫사랑만큼 인간에게 충격적인 사건은 없다. 깊은 만족과 보상을 준 경험은 인간의 뇌구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분비돼 친밀감과 각인 효과로 낭만적 사랑을 강화한다. 남자의 경우에는 여기에 바소프레신도 작용한다. 이 호르몬은 원래 영역 행동과 관련이 있는데 , 진화에서 역할이 넓어지면서 짝짓기까지 관여하게 된 것이다. 남자들이 ‘내 여자’ 때문에 싸우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연애의 희열은 결국 도파민의 작용인 셈이다. 마약중독과 같다. 애인과 헤어질때 상실감의 고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약을 끊는 스트레스, 고통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사회성에서 중요한 공감능력의 결여는 옥시토신과 관련이 있다. 사회성장애는 옥시토신으로 가득찬 엄마 품에서 자라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저자는 조직가설을 바탕으로 이런 화학적 물질들의 사회적 효용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제기한다. 옥시토신은 산후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산모와 사이가 나빠진 부부에게 유용하다.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면 사랑에 눈이 멀게 할 ‘사랑의 묘약’도, 사랑의 고통에서 빠져나올 진통제도 가능하다. 저자는 “인간은 스스로 일궈나갈 미래에 의지를 갖고 더 의식 기회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과 유대, 욕망에 관한 저자의 인간이해의 조직가설은 위험해 보이지만 이미 그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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