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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폭등, 유통업체만 폭리 ③] 중간 사재기, 가격뻥튀기의 한 주범
-담배ㆍ라면 인상소식에 무조건 구입
-계란은 사재기 행렬에 1인 1판 제한
-사재기 바람이 결국 가격 거품 조장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2014년 12월 중순.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다 팔려서 없다’며 담배를 전혀 판매하지 않았다. 진열을 아예 하지 않거나 담배 몇 종류만 진열해 판매하는 시늉만 한 곳도 있었다. 한 출판사에 다니는 애연가 김 부장은 “판매점들이 담뱃값이 인상되면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담배를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사재기 의혹을 가졌다.

#. 2년 뒤 같은 달. 김 부장은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라면을 박스째 카드에 담고 있다. 라면 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다른 소비자들도 하나둘씩 몰렸고 라면 코너는 금세 빈자리만 남았다. 김 부장은 “라면업체가 경영 비용이 올라 어쩔 수 없다며 인상 이유를 들었지만 국정 혼란기를 틈타 가격을 슬쩍 올리는 것 같다”고 했다. 마트를 나온 김 부장은 서민 식품인 라면까지 가격이 오르자 왠지모를 배신감 마저 든다.
 
한 대형마트 계란코너. [사진=헤럴드경제DB]


2017년, 이번엔 계란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계란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대형마트 등이 물량조절을 위해 1인1판으로 한정판매까지 나섰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계란대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부 중간도매상들의 사재기를 꼽았다. 실제로 계란 수급대란 초기인 지난해 12월 9일~21일 사이 산지의 계란가격은 7%대 오른 데 비해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은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양계농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중간도매상들이 사재기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일부 양계농가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계란파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간도매상들의 사재기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실은 단속인력이나 행정력 부족으로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계란수입 결정은 수급안정보다는 사재기 해소를 위한 압박용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선 소비자들의 사재기 역시 계란 가격 거품을 조장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계란 사재기 등 가수요(거짓 수요)까지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유통시장에 전반적인 악영향이 될 수 있기에 사재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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