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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새해 새 지도자 잘 뽑으려면...한비의 충고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병신년 나라 꼴이 너무 어이가 없어 오랜만에 한비자(韓非子) 펼쳤다. 가슴에 닿는 구절이 한둘이 아니다. 둘만 들어보자.

패망하는 군주의 열 가지 잘못(十過) 가운데 다섯 가지가 박근혜 대통령에 맞아 떨어진다. ‘작은 충성이 큰 충성을 방해한다’는 문고리 권력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이익에 연연해 큰 이익을 해친다’는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닮았다. ‘행동이 편협하고 방자해 제후들에 무례하게 굴어 스스로 망친다’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이을 만 하다. ‘정무를 돌보는 데에 힘쓰지 않고 음악만을 좋하는 것’은 유독 한류에 집착했던 사실과 닮았다. ‘잘못이 있어도 충신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서면보고를 선호했던 사실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잘못(過)은 지나간 것(過去)이어서 더 아프다.


청와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

한비는 ‘망징(亡徵)’편에 나라가 망할 마흔 일곱 가지 조짐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벌레 먹은 나무나 틈이 생긴 벽도 강한 바람이나 큰 비를 만나지 않으면 부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쳇말로 이런 저런 조짐을 방치하다 ‘한방에 훅 간다’는 뜻 정도다.

실제 그렇다. 얼핏 꽤 괜찮은 듯 보이는 대한민국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벌레 먹은 곳이, 틈이 벌어진 곳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사건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지만, 메르스사태, 그리고 최근의 조류독감(AI) 사태까지 국가 시스템의 건강을 의심할 만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부문도 마찬가지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허둥대더니, 이젠 새해 예산을 집행하기도 전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 얘기가 나온다. 도대체 예산을 제대로 수립하기나 한 건가?

미국 발 금리인상의 세계적 도미노로 가계부채 폭탄의 초시계는 작동됐고, 수출산업들은 한계에 봉착해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지 모를 새해다. 지금 상황이면 발끝으로 서서 위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굳이 한비자를 언급한 것은 국민들이 새해엔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해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선 데에는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과, 이를 종용한 정치권과 대중매체의 탓이 모두 크다. 잘못 행사된 권리에 따른 책임을 지금 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도 잘못 뽑으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가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

한비는 “지혜롭다고 해서 공적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힘이 있다고 해서 들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강하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천하의 도리를 세가지로 요약했다. 아무리 성군이라도 홀로 일을 이룰 수는 없고, 아무리 힘에 세도 제 몸을 들 수는 없으며,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혼자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지도자는 스스로 지혜롭다고, 스스로 힘이 세다고, 스스로 강하다고 자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다.

끝으로 선택의 요령을 하나만 더 들어보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올바른 지식을 얻을 때 오류를 범하게 하는 원인으로 4개의 우상(idola)을 들었다. 이 가운데 두 가지가 중요하다. 시장(市場)의 우상(직접적인 관찰이나 경험 없이 다른 사람 말만 듣고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는 편견)과 극장(劇場)의 우상(자신의 소신 없이 권위나 전통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맹신에서 생기는 편견)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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