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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사우디 억만장자의 뉴욕 펜트하우스, 사실은 ‘할인가’로 샀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알 호카이라(Al Hokairㆍ50)는 지난 9월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펜트하우스 한 채를 사들였다. 매입 가격은 8770만달러(1025억원). “상위 0.01%를 위한 아파트”, “센트럴 파크가 양탄자처럼 펼쳐지는 하늘 위의 집”으로 불리는 초호화 주거용 고층건물 ‘432 파크애비뉴’의 꼭대기층이었다. 


이 펜트하우스는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빌딩(426m)의 꼭대기층인데다, 사면으로 펼쳐지는 스카이라인 뷰가 가장 뛰어나고, 한 층을 통째로 쓰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이 건물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엄청난 가격, 또 그만큼 ‘입이 떡 벌어지는’ 내부 사진들에 가려진 사실이 있었다. 8770만달러라는 펜트하우스 가격이 ‘할인가’였다는 것. 432 파크애비뉴의 개발업체인 CIM그룹이 처음 산정했던 가격은 9500만달러(1100억원)였다. 알 호카이라는 무려 ‘정가’보다 18%가량 싼 가격에 이 펜트하우스를 손에 넣은 셈이다. 

알 호카이라가 구입한 펜트하우스 내부

이 아파트는 애초부터 0.01%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지어졌다. 돈이 많아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을 상대로 ‘부르는 게 값’인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 답은 ‘럭셔리 아파트의 과잉 공급’이었다.

6일 블룸버그는 부동산 감정업체 밀러 사뮤엘(Miller Samuel Inc.)의 분석을 인용하며 “올해 계약이 완료된 432 파크애비뉴 매매가는 평균 10%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96층의 펜트하우스 이외에도 총 아홉 번의 계약에서 ‘할인(discount)’이 있었다는 내용이 골자다. 

432 파크하우스 전경 (출처 Curbed NY)

보도에 따르면 루이스 샌더스(Lewis Sanders) 전 얼라이언스번스타인홀딩스 CEO는 최근 88층의 펜트하우스를 6090만달러(711억원)에 매입했다. 이는 빌딩 개발업체가 처음 공개했던 가격인 7650만달러(893억5000만원)에 비해 20%나 낮은 가격이었다.

73층의 4000평방피트(371㎡) 넓이의 아파트는 정가보다 11% 낮은 3010만달러(351억5000만원)에 팔렸고, 82층의 2633평방피트(244㎡) 짜리 아파트는 14% 할인된 가격인 1860만달러(217억원)에 매매됐다.

아파트가 정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일은 432 파크애비뉴 주변에서도 나타나는 추세다. 90층 높이의 주거용 빌딩인 ‘원57(One57)’의 아파트도 최근 24%가량 낮은 금액인 2160만달러(252억원)에 팔렸다. 또 2017년 완공 목표로 95번가에 지어지고 있는 초호화 아파트 켄트(Kent)도 일찌감치 5% 할인을 제공하고 나섰다. “아파트를 사게끔 유인책(incentivize)을 주기 위함”이라는 이유였다.

블룸버그는 최근 맨해튼에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현상이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공급이 많아지자 가격이 내려갔다는 원리다. 올해에만 3500채 이상의 아파트가 새 매물로 나온 가운데, 이 중 반이 ‘럭셔리 콘도’로 분류되거나 1㎡당 2400달러 이상인 고가 아파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One57 전경 (출처 Christian de Portzamparc)

같은 현상에 대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고급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나 임대업자에게는 ‘흥정하는 힘(bargaining power)’가 커지고 있다”라며 “반면 건물주는 거래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격을 ‘양보(concession)’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펴낸 베이지북(경기보고서)에도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같은 분석이 실려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뉴욕시 부동산 시장은 대개 큰 변동이 없었으나, 최근 고급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임대료와 매매가는 떨어지고 있다”는 베이지북의 문구를 인용했다.

가격 할인 말고도 매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도 등장했다. 조나단 밀러(Jonathatn Miller) 밀러 사뮤엘 대표는 블룸버그에 “432 파크애비뉴는 개발업체가 매입자의 양도세나 기타 비용을 커버해 주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빌딩들이 ‘흥정 가능성(negotiability)’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라며 “호화 아파트 건설이 최고조 달했던 2014년 즈음에는 매입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기회”라고 덧붙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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