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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전창협 산업섹션 에디터] 光化(광화)에 서다
계절은 무심하다. 7일 대설, 서울에 눈이 내렸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의 계절, 낙엽은 결국 뿌리로 돌아간다. 청와대와 100m 떨어진 삼청동 삼거리 상징같던 큰 은행나뭇잎도 뿌리를 찾아갔다.

대설 출근길, 눈이 쌓인 삼청동 옆 청와대는 적막했다. 삼청동을 지나니 경복(慶福)이 어이지고 광화(光化)의 거리에 이른다. 요즘 시절, 큰 복을 받는다는 경복이나 빛이 사방을 덮는다는 광화의 의미가 무색하다. 지난 3일 잎을 떨군 삼청동 은행나무 앞, 경복궁과 광화문 거리에는 대통령 퇴진 목소리가 가득했다.

‘국민 행복시대’를 얘기했던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을 한겨울 거리로 내몰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지만 그동안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대통령 스스로가 전형적인 ‘비정상’이였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은둔하고 있는 사이, 비정상의 모습은 곳곳에 솟아오르고 있다. ‘창조경제’에 애착이 많았던 대통령은 가장 큰 규모로 열렸던 ‘창조경제 박람회’에 오지 못했다. 재계의 잔칫날 중 하나인 ‘무역의 날’행사에도 실질적으로 불참한 첫 대통령이 됐다. 평상시였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 ‘정상의 비정상’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6일 재계 총수 9명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섰다. 공격하는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아는 게 뭐냐, 50살도 안됐는 데, 구치소가 멀지 않다”같은 인신공격이나 막말이 넘쳐났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의원들의 논리보다는 막말과 어쩔 줄 모르는 재계 총수들의 이미지가 오래 각인될 것이다. 외신(AFP통인)엔 “총수들이 가차 없이 들볶였다(grilled relentlessly)”란 표현이 등장했다. 이번만은 막말청문회를 극복하자는 제안이 청문회 전에 쏟아졌지만 비정상은 정상이 되질 못했다.

생업을 뒤로 하고 몇백만명의 국민들이 한겨울 광장에 나오는 것 역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운명의 날, 9일이 눈앞이다. 흐름상 대통령 탄핵 가결 가능성이 높다. 혼란이 잦아들지 모르지만 재계쪽은 걱정이 산처럼 쌓이고 있다. 청문회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특검 수사가 눈앞이다. 탄핵이후 조기대선까지 정국의 불활실성도 기업에겐 큰 부담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난마처럼 위기가 얽히고 있지만 이를 헤져나갈 리더십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어느 관료의 얘기가 계속 맴돈다. “2015년이 대한민국이 단군이래 가장 잘 살았던 해로 기록될 것”이란 그의 말은 2016년 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안봐도 경제가 어려울 내년을 생각해보면 섬뜩한 예언처럼 느껴진다. 마르크스는 말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朴대통령 부녀의 마지막을 보면 수정돼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 역시 비극으로”

9일 국회 탄핵안 의결, 10일 7번째 주말 촛불집회가 있다. 대설 눈이 쌓인 삼청동을 지나며 어쩔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든다. 광화에 선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밀실에서 나와야 한다.

낙엽은 결국 뿌리를 찾아간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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