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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총수 청문회] ‘5분 미만’ 총수 발언 들으려고 780분 대기시킨 청문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780분(13시간)간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국정조사’ 청문회는 출석한 재계 총수 9명 중 7명이 5분 미만으로 발언할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 매출 550억~4700억원에 달하는 그룹 전반 경영을 책임지는 총수들이 5분도 안 되는 시간을 위해 사실상 하루를 쏟아부은 셈이다. 이들에게 ‘하루’는 단순 하루가 아니라 그룹의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기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금쪽같은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재계 총수 9명을 상대로 한 청문회에서 총수들은 적게는 540분(9시간)부터 많게는 780분까지 청문회장에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후 7시께 건강 상의 이유로 가장 먼저 퇴장했고, 이어 오후 9시를 전후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귀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오후 10시를 넘겨 돌아갔고 나머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 중 이재용 부회장과 조양호 회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7명 총수들은 5분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 이 잠깐의 발언시간을 위해 정몽구 회장은 540분, 구본무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660분, 김승연 회장은 720분 이상 청문회장에 있어야 했다. 최태원 회장, 신동빈 회장, 허창수 회장은 종료까지 780분 동안 대기했어야 했다.

대신 이들 총수들은 청문회 전체 질문의 70% 이상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되는 것을 지켜보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시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등 다른 총수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질문과 대답을 듣느라 거의 한나절을 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청문회를 준비했던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 9명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 외에는 이렇다할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 9명이 나란히 앉아 사진 찍힌 것이 이날 청문회 최대 수확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더욱이 총수들이 막대한 그룹 매출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 실제 발언 시간을 보면 ‘기회비용’이 매우 컸다는 것도 재계 반응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경영성과에 따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하루로 따져보면 현대차그룹이 4700억원, SK그룹이 3800억원, LG그룹이 3100억원, 롯데그룹이 1900억원, GS그룹이 1400억원, 한화그룹이 1400억원, CJ그룹이 550억원에 달한다. 이날 청문회 참석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는 하루였지만 최소 2주 전부터 준비했던 탓에 총수가 그동안 경영에 집중하지 못한 것까지 더하면 정성적인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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