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라이프 칼럼-박인호 칼럼니스트]2030 귀농, 본류와 지류 사이
트렌드란 물결이다. 저 멀리 하나인 듯 흘러가는 물결도 가까이 가서 보면 본류와 지류가 있다. 본류에 지류가 더해지면 더 큰 물길, 즉 대세가 된다. 그럼 지난 2009년 이후 우리사회의 트렌드가 된 귀농ㆍ귀촌의 본류와 지류는 어떻게 나뉠까.

크게 귀농과 귀촌을 놓고 보자면 귀촌이 본류이고 귀농은 지류다. 2015년 귀농ㆍ귀촌한 48만6638명 가운데 귀촌이 96%, 귀농이 4%였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주안점은 귀농에 맞추고 있지만 실상은 귀촌이 본류요, 귀농은 지류일 뿐이다. 귀촌인 주도의 전원행 흐름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두 번째, 귀농인 연령대를 놓고 보면 5060세대가 주류요, 2030세대는 지류다. 2015년 귀농인 가운데 5060세대가 전체의 64.7%에 달한 반면 2030세대는 9.6%에 불과했다. 5060세대 주도의 귀농 흐름 또한 지속될 것이다.

이처럼 귀농ㆍ귀촌 트렌드의 본류는 ‘귀촌’과 ‘5060세대’이고, ‘귀농’과 ‘2030세대’는 지류다. 그러나 고령화ㆍ공동화로 위기에 처한 농업ㆍ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지류가 더욱 커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귀농귀촌 지원 종합대책(2017~2021년)을 발표하면서 2030세대의 귀농에 초점을 맞춘 이유이기도 하다.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놓고 볼 때 이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문제는 귀농ㆍ귀촌 트렌드의 지류인 2030세대의 귀농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점이다. 실제로 전체 귀농인 중 2030세대의 비중은 2013년 11.4%, 2014년 10.3%, 2015년 9.6%로 매년 감소 중이다.

2030세대의 귀농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취약한 자금력과 영농기반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ㆍ귀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귀농가구의 46.6%가 농지를 구입해 농사를 시작했지만, 2030세대의 경우는 그 비율이 21.2%에 불과했다. 돈도 땅도 없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토지를 승계 받거나 부모와 함께 경영하는 비율이 43.5%로 가장 높았다.

여기서 2030세대의 귀농지원 정책수립에 있어 하나의 시사점을 얻게 된다. 그건 바로 본류(5060세대)를 활용한 지류(2030세대) 키우기다. 필자는 나이든 부모와 젊은 자식이 함께 하는 2대 가족농에서 그 가능성의 단초를 봤다. 사실 승계농이야말로 안정적인 가족농 구축과 지속가능한 농업ㆍ농촌을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대안 중 하나가 아닐까.

최근에는 오래전 귀농한 50~70대 부모들이 농사짓고 있는 곳으로 도시 자녀들이 내려오는 사례도 종종 보게 된다. 귀농 부모들이 고령화되면서 힘에 부쳐 하자, 취업난과 실직 증가로 갈 곳이 없는 도시 자녀들이 합류해 함께 영농에 종사하는 것이다. 대개는 단순한 1차 농업생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6차 산업으로 진화한다. 젊은 승계농은 개별 귀농보다 정착률이 높고 성공 가능성 또한 크다.

이런 승계방식을 응용해 비슷한 처지의 개별 5060귀농인과 젊은 2030귀농인을 결합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 본류인 귀촌인을 활용해 이들의 점진적인 6차산업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방안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결국 귀농과 귀촌, 5060세대와 2030세대의 융ㆍ복합 속에 그 길이 있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