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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모래시계
굳이 글자로 표현하자면 ‘스르르’ 정도될까. 소리없이 가는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게 만든 모래시계 속 모래는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시나브로 떨어진다. 해시계ㆍ물시계의 약점을 메우려고 8세기쯤 프랑스의 한 성직자가 고안했다는 모래시계. 뭐든 눈으로 봐야 믿는 인간이 만든 걸작품 중 하나라면 하나다.

작동원리는 중력과 마찰력이다. 중력이 있으니 모래는 하강한다. 무질서하게 떨어지진 않는다. 모래시계 벽면에 붙어있는 모래부터 흘러 내린다. 그 벽면이 마찰력이 약해서다.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 모래의 빈자리는 즉각적으로 다른 모래가 채우면서 일정한 시간을 잴 수 있게 된다. 어느 하나 작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요즘 보기 힘든 모래시계는 웬만한 사우나에 가면 있다. 구비(具備) 자체가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겠지만, 모래시계의 최대 수난(受難)처도 그 곳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래시계를 뒤집기 일쑤다. 누군가가 먼저 자신만의 시간을 재려고 고정해 놓은 행위는 무시된다. 다툼이 일어날 법하지만 어차피 5~10분의 체류이기에 아량으로 넘긴다. 모래시계만 홀로 자신의 몸을 뒤집고 또 정립하며 순리를 따르려 한다.

집권자가 초조하다. 민심의 사우나에 갇혔다. 제 멋대로 모래시계를 움직이려 한다. 교언영색에 특출난 재주를 가진 이들의 조언을 얻어 더 버티려는 의도다. 그런 셈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술수를 꿰뚫는 ‘강호의 고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서다. 여기서 한 번 더 꼼수를 쓰다간 거짓의 손 때 묻은 모래시계를 민심이 와장창 깨버릴지도 모른다. 간교한 정치 엘리트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포스트 박근혜’ 시대엔 민심의 모래시계는 또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가.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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