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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트럼프 요구 수용” 실언한 방사청장, 뒷북 변명도 논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실언을 하더니, 열흘쯤 지난 30일 한국에서 또 다시 논란의 여지가 큰 뒷북 변명을 해 눈총을 받고 있다.

방사청장 임명 당시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라는 인연이 화제가 됐던 그는 최근 혼란한 국정 상황에서 돌출적인 실언과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대통령의 흠결을 더하고 있다.

장 청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민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방사청이 공동 후원해 열린 ‘한미국방획득정책과 국제안보환경’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에 참석해 문제의 실언을 했다.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 트럼프 정부가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

이 발언은 한 마디로 실언이었다.

국방부는 대선 과정에서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장한 트럼프 후보의 당선과 함께 미국 측에 한국이 이미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납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국내 한 정책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방위사업청]


대미 설득용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현황, 일본이나 독일 등 여타 미국 우방국과 비교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율 등 각종 근거자료를 준비했다.

▶“미국이 요구하면 수용 불가피” 방위사업청장의 이해할 수 없는 실언=한국은 지난 2014년 6월 미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2014년 방위비 분담금을 약 9200억원으로 정했다. 2조원대로 추정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총액의 절반 수준이다.

또 2019년 6월까지 5년간 매년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증액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이후 분담금은 한미 정부가 그 전 해인 2018년 다시 협의하게 된다.

한국은 이에 따라 2015년에는 9320억원, 올해 9천441억원의 방위비를 각각 분담했다. 방위비를 처음 분담한 1991년 1073억원에 비하면 24년 만에 9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는 또한 일본, 독일과 비교한 GDP 대비 방위비 분담률 면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율이 월등히 높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율이 비교적 낮았던 지난 2012년 기준 국회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당시 3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8361억원(7억8213만달러), 일본 4조4000억원(38억1735만달러), 독일 6000억원(5억2495만달러)이었다.

당시 GDP는 한국 1조1500억달러, 일본 5조9800억달러, 독일 3조3700억달러로 GDP 대비 분담율은 한국 0.068%, 일본 0.064%, 독일 0.016%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 이런 양상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마침 이런 현황에 대해 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들도 연구작업을 통해 납득했고, 이들의 분석보고서는 다시 트럼프 정부의 밑그림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달 초와 중순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액션포럼(AAF)과 헤리티지재단이 잇따라 ‘주한미군 덕분에 미국 방위비가 절약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펴냈다.

트럼프 측도 대선 중에는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인상 거부시 주한미군 철수 및 한국 핵무장 용인”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으나, 당선 직후 ‘한국 핵무장 용인’ 발언을 번복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마련한 논리에 따라 분담금 인상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 할 방사청장이 오히려 “요구하면 수용 불가피”라는 실언을 한 것이다.

▶“내 잘못 아니라 통역 잘못” 납득 어려운 방사청장의 뒷북 해명도 논란=미국 수도 한 가운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고위 공직자가 던진 한 마디의 파장은 컸다. 이를 두고 중대한 협상을 앞두고 미측에 우리 패를 다 보여준 실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방위사업청 측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방사청장의 실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 역시 같은 날 방사청장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귀국해서도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연발하며 주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 청장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방위비 분담금 실언 관련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동시통역 과정에서 제가 의도했던 통역이 안 되는 바람에 그런 식으로 표현됐다”며 “굉장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실언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동시 통역사의 잘못이었다는 것.

이미 미국 현지에서 자신의 실언이 미국 정재계에 두루 퍼져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잘못은 없고 통역이 잘못했다’는 장 청장의 책임전가식 변명은 국민들의 분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해명이 아니라, 비난 회피를 위한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현지와 국내에서 한 해명의 톤이 다르다는 점도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장 청장은 21일 미국 현지에서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컨퍼런스 후 일부 취재진들을 만나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인상분만큼 미국에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주국방 쪽으로 돌려서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장 청장은 이번에 귀국해 통역의 잘못을 거론하며 당시와 다른 해명을 내놨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해명 내용이 다르다는 점, 국내용 변명이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나오자 그나마 마지못해 뒷북성으로 나왔다는 점, 그 변명 내용이 한 국가기관의 장의 해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옹색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청장의 뒷북성 변명이 ‘내 잘못은 없고, 주변이 잘못한 것’이라는 요지의 지난 29일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내용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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