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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INSIDE] 인공지능의 눈으로 본, 대통령의 3차례 사과
[HOOC=이정아 기자ㆍ홍윤정 인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감정 상태는 어떨까요. 지난 한 달 사이에 대국민 담화를 무려 세 차례나 가졌던 박 대통령은 여전히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국가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한 자괴감에 빠져 있을까요, 아니면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퇴임 후 법정에 설 수도 있다는 데 대해 괴로워하고 있을까요?

3번의 대통령 담화, 3번의 대통령 사과. 각 담화마다 박 대통령의 담화 분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대통령은 무엇을 입었고,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감정인식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대통령의 표정은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이를 토대로 박 대통령의 감정과 발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차 대국민 담화(2016.10.25.)

1. 분량: 1분 30초
2. 의상: 짙은 파란색 계열 상하의, 차이나 카라에 잔잔한 무늬
3. 자주 언급한 단어: 최근, 일부, 제, 입장
※3차례의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인 ‘국민’은 수치에서 제외


4. 특징: 사진 속 얼굴을 인식해 감정을 읽는 MS의 감정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박 대통령의 감정 상태를 분석했는데요. 1차 대국민 담화를 하는 박 대통령의 감정 상태는 ‘중립’이었습니다. 무표정한 상태가 계속 유지됐던 건데요. 1차 담화 내내 해당 수치가 무려 0.93~0.98대를 오가는 등 중립 감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 상당히 강한 감정으로 나타났습니다. (각 감정의 최대값은 1입니다.) 이는 이번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잘못을 인정할 때 짓는 표정들이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의 표정은 억제다. 여기서 나타나는 무표정은 ‘감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것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반영돼 나타나는 표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날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인연’을 전하며 브리핑실을 떠났습니다. 질의도, 응답도 없는 일방적인 ‘사과 통보’였습니다.

한편 박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고 말하는 대목 등에서 슬픔 수치보다 행복 수치가 높은 놀라운 결과가 덤으로 나왔습니다. (이날 슬픔 수치가 행복 수치보다 높은 경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5. 부연설명: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대통령 연설문은 물론 인사자료·군사기밀이 들어 있었고 이를 대통령이 보기 전에 미리 본 흔적이 남아 있었던 보도가 있었던 다음날, 박 대통령이 약 1분30초 대국민 사과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해명이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고 그주 토요일인 29일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6. 유행어: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



2차 대국민 담화(2016.11.4.)

1. 분량: 9분 3초
2. 의상: 검은색 상하의
3. 자주 언급한 단어: 저의, 모든, 책임, 최순실, 인연


4. 특징: 박 대통령은 열흘 만에 대국민 담화를 또 가졌습니다. 국민적 분노가 사그라들기는커녕 활활 타오르는 횃불처럼 커졌기 때문인데요. 박 대통령은 담화 초반 2분간 떨리는 목소리로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사실상 시인하며 사과를 했지만, 다시 2분간 울먹이는 소리로 가족과 인연을 끊고 외롭게 지내온 개인사로 화두를 넘겨버렸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문제나 ‘2선 후퇴’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요. 결과적으로 국정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MS 프로그램 분석 결과 대통령의 감정 상태는 여전히 ‘중립’이었습니다.


이날 중립 감정은 1차 대국민 담화 때(0.9대 수준)보다 미세하게 낮은 0.85~0.9였지만 슬픔, 분노, 경멸, 행복 등 다른 어떤 감정보다 가장 강하게 나타난 감정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가슴이 아프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언급하는 대목에서도 중립 감정이 높았으며, 다만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고 말할 때 행복 감정 수치가 미세하게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5. 부연설명: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내가 이러려고’ 짤 생성기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유행어입니다. 개그맨들은 힘들겠지만 더 분발해주세요!) 이날 대국민 담화 이후 11월5일 서울에서만 50만 명의 시민이 촛불집회에 나왔고 12일에는 120만 명이 청와대 주변으로 행진했습니다. 집회의 구호는 ‘박근혜 퇴진’에서 ‘박근혜 탄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대통령 친위대는 박 대통령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여당 의원을 패륜아라고 몰아붙였습니다.

6. 유행어: 단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3차 대국민 담화(2016.11.29.)

1. 분량: 4분10초
2. 의상: 2차 담화 때보다 한층 밝은 회색 계열 상하의, *목걸이 착용
3. 자주 언급한 단어: 저는, 제, 이번, 하지만 


4. 특징: 한 달 만에 대통령이 다시 가진 대국민 담화입니다. 벌써 세 번째 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표정이 가장 밝아 보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첫 문장을 언급하기 전부터 대통령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을 지긋하게 바라보는 스킬을 시전하였습니다.)

이는 프로그램 수치로도 반영이 되는데요. MS 감정인식 프로그램에 대통령의 사진을 대입한 결과 대통령의 ‘행복’ 수치가 0.48까지 확연하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차 대국민 담화 때(최대 0.1)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수치입니다.



2014년 5월 19일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박 대통령의 감정도 '중립' 상태. '행복' 감정이 0.07을 넘는 기이한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도, 대통령 본인이 언급한대로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듯한 다소 초연한 모습도 보여줬는데요. 이 마저도 속죄를 하는 모습보다 자기 스스로 퇴진을 결단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던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입장은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들과 친박 중진 의원들의 ‘로드맵 하야’ 권고와 일맥상통합니다. ‘강제 퇴진’인 탄핵 대신 질서 있는 자진 사퇴를 선택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명예도 살리라는 고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입니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있으셨던 건가요?)

이날 박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의 대국민 담화에서 착용하지 않았던 목걸이를 왜 했을까. 이와 관련돼 정치권내 떠도는 설이 있지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관계로 기사에 담을 수 없다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실이 확인되는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진은 2014년 2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오늘과 비슷한 목걸이를 착용한 대통령의 모습.]

5. 부연설명: 이날 박 대통령의 모습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상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1960년 3·15 부정선거가 일어나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시위가 격화되면서 정권이 흔들리자 이승만 대통령은 라디오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것이 담화의 요지였죠.

대통령의 애매한 입장은 당시 국회에 논쟁을 일으켰는데요. 그런데 56년 만에, 이런 혼란이 똑같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 입장은 하야도 아니고 그렇다고 퇴진도 아니고 애매합니다.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오늘 대국민 담화 말미에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6. 유행어: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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