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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삼치 모르는 박대통령
“너희들은 살아가면서 삼치를 가져라. 눈치 껏 행동해라. 그러면 자다가도 밥이 생긴다. 염치를 알아야 한다. 남에게 신세질땐 염치가 있어야 한다. 수치를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동물보다 나은 점은 부끄러운 일에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삼치를 기억하면, 너희들 삶이 의미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30년도 더 된 고등학교 졸업식날, 마지막 덕담으로 은사께서 주신 말이다. 멋쟁이셨던 은사께서 해주신 말은 너무 많았지만 다 잊었는데, 유독 이 말은 가슴에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아마 민초(民草)들 대부분도 이런 ‘삼치’의 중요성을 알고 살아왔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정직의 의미를 아는 보통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삼치’를 간과한 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위임된 국민 주권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대기업 회장과 독대하면서 돈을 모금한 의혹 등을 받으며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같은 의혹에 이젠 더 놀랍지도 않다. 그냥 허탈할 뿐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았고, 더 이상 찢어질 수 없을정도로 마음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어쩌면 예정된 코스다. 박 대통령의 실정(失政)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은 탄핵 소추라는 국회에 의한 정치적 사형선고를 앞두게 됐다.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친박까지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을 정국수습 카드로 꺼내들자, 박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씁쓸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박 대통령의 참회와 반성, 그리고 ‘결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박 대통령 결심이 늦어질수록 경제시스템은 더 망가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더 쪼그라들면서 서민경제는 회복불능에 빠져들 것이다. 조짐은 충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발표때보다 0.4%포인트 낮춘 2.6%로 전망했다. 정부의 지출증가 둔화 등 불안요인을 반영,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곤 하지만, 여러가지 암울하다.

경제 현장은 더 난리다. 유통가는 거의 울다시피하고 있다. 전국을 집어삼킨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백화점 주말 매출은 급격히 위축됐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절반도 안된다”는 게 백화점 업계의 하소연이다. 소비 심리는 위축됐고, 연말특수는 실종됐다.

부동산시장도 싸늘하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부동산 온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며칠전 강북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이렇게 하소연한다. 약간 과장의 해석이 담겨 있지만, 착잡함이 느껴진다.

“최근 두달간 매매 계약서 한통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월세 두어개 한게 전부예요. 세상이 시끄러우니까,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커녕 이사 수요도 없습니다. 최소한 우리 동네는 그래요. 답답해 매일 술 마시게 됩니다. 이게 최순실 때문입니까? 박 대통령 때문입니까? 내가 이러려고 부동산 한게 아닌데, 말입니다.” 민초들이 이렇게들 난리니, 박 대통령은 삼치, 아니 이치, 아니 일치라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 같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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