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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장용동]한옥마을 재생의 선결과제
주택시장에서 한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필두로 한 글로벌 한류 바람이 한국 관광 열풍으로 이어졌고, 한옥 게스트 하우스ㆍ카페 등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한옥 체험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최고 인기 상품이 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회복과 함께 16만가구에 달하는 전통 한옥은 한 물간 퇴물주택 에서 일약 스타 부동산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것이다.

서울 북촌의 전통 한옥의 경우 한때 셋방살이의 전형으로 3.3㎡당 1000만원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어엿한 부촌으로 변신하면서 4000만원대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홈스테이를 비롯해 게스트 하우스, 카페 등 수익형 임대사업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매물이 없을 정도다. 도시재생의 성공적 모델로 평가되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역시 10년 만에 부동산 가치가 11배 가량 올랐다.

개별 자산가격 상승과 함께 이들 한옥 마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서울 가회동과 삼청동 중심의 북촌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국명소 1번지로 떠올랐다. 종로구 예상 방문객 800만명의 40%정도가 한옥에서 머문다니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된 셈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도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상업과 한옥 체험에 따른 경제적 이득 외에 전통문화 예술 산업과 공예산업 활성화, 낡은 도시의 재생과 일자리 창출 등 전후방 연관효과가 날로 커지는 추세다.

최근 지자체들의 한옥마을 재생 및 신규단지 조성 붐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귀촌 귀농바람까지 맞물리면서 한옥 열풍이 전국적으로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옥 마을의 보전과 재생, 신규단지 조성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한옥의 정체성과 묘미는 굽은 골목길의 제각각 필지에 특색 있는 주택이 들어서 한민족 특유의 모듬살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스란히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고향 집, 어머니 품속 같은 모성적 주택이 전통 한옥이다.

그러나 현재 재생이나 새로 들어서는 한옥단지는 상업화, 대형화, 획일화 일색이다. 북촌이나 전주 한옥마을은 상업화로 이미 전통주거지의 이미지가 급격히 퇴색하고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빠르게 진행돼 오히려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은평 한옥타운 등 신규 조성되는 단지는 필지 규모가 100평을 넘을 정도로 큰 데다 두부 자르듯 획일화된 단독주택용지로 계획된 게 대부분이다. 한옥의 도로 및 필지 체계가 전혀 배려되지 않은 채 한옥 건축에만 매달리는 모양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조잡한 지원책이 한옥 자산을 되레 망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럴만하다. 유럽의 관광지가 끊임없이 손님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바로 깊은 고유의 정서와 내면을 담고 있는 살아 있는 도시이자 주거지를 고수한데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이자 부동산 개발의 대가인 트럼프가 1999년 서울 여의도 트럼프 월드사업차 방문 당시 기자와 만나 “부동산은 입지보다 어떻게 독특한 가치를 창조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말이 더욱 새롭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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