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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최순실 게이트’에 책이 잘 팔린다?
‘최순실 게이트’발 뉴스가 한창 쏟아져 나오면서 뉴스 수효가 폭발적이었던 때, 출판사 사장님들로부터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책 판매가 반토막이라며, 다른 데는 어떤지 궁금하다는 거였다. 아닌게 아니라 거의 매시간 새로운 비리가 불거져나오면서 뉴스를 소비하는 양은 평소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뉴스 집중도가 높을 때였다. 어느 소설,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얘기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었다. 이런 때, 누가 다른 데 눈을 돌리겠냐는건 의심할 바 없어 보였다. 궁금증에 대형 온ㆍ오프라인 서점들에 전화를 돌린 결과는 의외였다. 책이 평소와 다름없이 잘 팔린다는 얘기였다. 뭔가 이상했다. 정치ㆍ사회 분야 책은 이전보다 훨씬 잘 나가고, 일명 ‘노무현 도서’, 트럼프 책, 공무원수험서 등이 이전보다 훨씬 잘 나갔다. 심지어 자기계발서도 꾸준히 판매가 이뤄졌다. 어느 책은 좀 떨어졌지만 사회적 이슈에 따라 새롭게 주목을 받는 책들이 있다보니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뒤, 얼마 후 또 다른 전화를 받았다. 이번엔 경우가 반대였다. 이런 시국에 책이 안나가야 맞는 것 같은데, 평소와 다름없이 책 판매가 이뤄지니 이상하다는 얘기였다.

다른 출판사들의 동향을 들려줬더니, 그는 “바로 이거였어!”라며, 오랜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그가 알아낸 건 다름아닌 ‘누가 책을 살까’란 문제의 답이었다. 흔히 도서정가제 같은 출판 내부의 큰 변동이나 ‘최순실 게이트’류의 큰 사건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책 판매가 좌우될 것으로 보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바깥의 요인은 책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게 슬프게도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것이다. 평온한 일상이든, 휴가철이든, 천재지변이 일어나든 별 변동없이 책이 꾸준히 판매된다는 사실은 책을 읽은 이들만 읽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우리 사회 독자층의 바닥을 본 것이다.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조사가 시작된 1993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그런데 한 대형서점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경향을 보면, 회원들은 일년에 평균 14.7권의 책을 읽었다. 평균 5권이 더 많다. 독서의 양극화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소 학교 독서운동에 관심이 많은 평론가 한 분이 내년에는 대대적으로 국민 독서운동을 벌이겠다며, 최근 출판사들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른바 ‘마중물 독서운동’이다. 내버려둬도 알아서 읽는 독자들이 아니라 비독자가이거나 어쩌다 읽는 ‘간헐적 독자’가 대상이다. “책을 읽어내면서 자기 생각을 다듬어내지 못하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는게 그의 절절한 호소다. 그래서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출판인들도 그에 합당한 책을 펴내달라는 거였다.

문제는 독서 습관을 들이는 일이다. 뭐든 어렸을 때 습관을 들여야 즐길 줄도 아는 법이다. 책도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들이는게 중요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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