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하수체 후엽은 뇌하수체 전엽과는 전혀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지녔습니다. 뇌하수체 전엽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들로 구성된 내분비계 장기라면 뇌하수체 후엽은 시상하부라는 신경계 조직의 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하수체와 시상하부는 기능적으로나 해부학적으로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호르몬들은 갑상선이나 부신 등 다른 내분비계 기관들의 수용체에 작용하여 그들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합니다.

따라서 이런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의 호르몬이 과잉으로 분비되거나 결핍이 되면 뇌하수체 기능 항진증과 저하증이 발생합니다. 전체적인 뇌하수체 호르몬의 문제인지 특정 호르몬만의 문제인지에 따라 관련된 호르몬들과 장기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죠!

그러니까 통칭해서 뇌하수체 항진증이란 병명이나 저하증이란 병명보다는 각 호르몬에 따른 항진 저하와 이로인한 질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뇌하수체 후엽에는 두 개의 호르몬이 대표적으로 분비되는데, 먼저 항이뇨호르몬은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고 뇌하수체 후엽에서 저장, 분비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이뇨 호르몬은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할 때 신장에 작용하여 신장에서 물을 재흡수하여 소변을 농축시키고 소변의 양을 감소시켜 체내 수분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혈관을 수축시키는 기능도 합니다. 중추성 요붕증이라고 해서 항이뇨 호르몬의 분비가 잘 안되면 소변양이 메우 많아지고 갈증을 심하게 느끼게 됩니다. 가끔 당뇨병으로 오인되기도 하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항이뇨 호르몬은 제대로 잘 나오는데 신장에서의 작용이 떨어져서 오해를 불러오는 수도 있습니다. 마치 항이뇨 호르몬의 작용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인데 이것이 바로 신성 요붕증입니다. 이때는 수분제한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치료방법을 달리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입니다. 옥시토신도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고 뇌하수체 후엽에서 저장,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그러니까 항이뇨호르몬과 옥시토신, 이 두 호르몬은 시상하부 뉴런을 따라 뇌하수체 뒷부분, 즉 뇌하수체 후엽까지 이동합니다.

이때 뇌하수체 후엽은 시상하부에 대한 일종의 저장고 역할을 할 뿐입니다. 실제로 전엽처럼 따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옥시토신은 여성에게 자궁의 수축을 자극하여 출산 후 자궁을 원래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출혈도 멎게 하고요. 또한, 유선에 작용하여 젖의 분비를 촉진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런데 옥시토신의 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옥시토신은 감정에도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배려의 호르몬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소통과 교감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라고 하고, 또한 면역에 관련된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바수프레신이라고 하는 항이뇨호르몬도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외에도 여러 가지 면역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참으로 하나의 호르몬이 다양한 신체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철우 연세대 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