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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성장은 ‘반토막’, 공급증가는 ‘눈덩이’…중국 車시장 ‘미스매치’ 경계론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등 중국 공략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 자동차 수요가 2020년이면 성장세가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각 업체들은 꾸준히 생산능력을 늘려 2020년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현재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성장과 공급증가가 따로 노는 ‘미스매치’가 발생하면서 중국 진출 업체들의 재고가 쌓이거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올해 4월 펴낸 보고서 ‘추월차선을 찾아서: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떠오르는 트렌드’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5년으로 오면서 중국 승용차 수요는 1100만대에서 1900만대로 증가하며 73% 가량 성장했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2020년까지는 26%로 절반 이하 증가율을 보이며 2400만대 수준으로만 늘어날 전망이다. 상용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수요 증가율도 2015년 12.3%에서 2020년이면 5%으로 반토막날 것으로 점쳐진다.

브레이크 없는 성장이 기대됐던 중국 자동차 수요가 이처럼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차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행태에서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중국 자동차 소비자 3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60%는 과거와 달리 차량을 소유하는 것이 더이상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42%는 차량 소유가 유지비용과 교통혼잡 등의 이유로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또 37%는 대체 이동수단이 점점 많아져 차를 소유하는 것이 그리 중요해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40%는 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차를 렌트해 살아갈 수 있다고 답했고, 34%는 장기리스가 차량구매 비용과 비슷하다면 장기리스를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26%는 카셰어링이 꺼려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차가 ‘소유 대상’에서 ‘이용 대상’으로 변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처럼 변화하는 소비자 행태에 중국 자동차 구매수요 증가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계속해서 중국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중국 4번째 공장인 창저우 공장을 준공했고, 내년엔 5번째 공장 충칭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 이로써 현대차는 올해와 내년 2년새 중국에서만 연산 60만대 생산능력을 추가로 갖추게 된다. 
[사진=현대차가 최근 준공한 중국 4번째 공장 창저우 공장 준공식을 개최하는 모습. 오른쪽 네번째가 정몽구 회장]

쌍용차도 자사의 첫 해외공장 설립지로 중국을 낙점하고 중국 섬서기차그룹과 함께 합작해 현지에 공장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사진=쌍용차가 중국 섬서기차그룹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LOI 체결 모습. 왼쪽이 최종식 사장]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증설도 공격적이다. 중국 내 글로벌 완성차업체 1위인 폴크스바겐은 올해 381만대에서 2020년이면 600만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2위 GM도 올해 405만대에서 2020년 440만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요타ㆍ닛산ㆍ혼다 등 일본 3인방과 포드, PSA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일제히 중국 내 생산량 증대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 종합 결과 8개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중국 생산능력은 1600만대 수준이나 2020년에는 2050만대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까지 중국 자동차 수요 증가율이 5%로 감소하는 사이 생산능력은 30%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급 불일치의 ‘미스매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JSC 오토모티브 컨설팅은 2014년말 123개였던 중국 내 자동차 공장 수가 내년이면 14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13~2014년 중국 유휴생산능력(spare capacity) 초과분은 83%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계서는 중국의 유휴생산능력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송양 바클레이즈 분석가는 “유휴생산능력 증가로 업체들은 결국 세일즈 인센티브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마진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중국 정부가 강화하는 신에너지차(친환경차)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며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차 발전계획’ 관련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10월 아우디 A6L PHEV, 2020년에는 E-골프를 중국 내에서 현지생산하는 등 향후 5년간 15개 이상의 신에너지차 모델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올해 10월 CT6 PHEV, 2018년에는 볼트(Volt)를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2020년에는 현지 생산능력을 15만대, 2025년에는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 역시 2020년까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가지 친환경차 플랫폼을 구축하고 총 9개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기아차도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판로확대 계획도 요구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수만을 바라보고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전략에 대해 중국 정부와 업체들의 준비가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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