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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력 빠진 코스피, 호재도 안듣는다…‘어닝 서프라이즈’ 실종 사태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밑밑한 장에서 그나마 기대했던 게 어닝시즌인데, 그마저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대했던 ‘어닝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호(好)실적이 무색하게도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 속속 나오는 실적발표에도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연일 박스피(박스(Box)+코스피)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장이 힘을 못쓰는 모양새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적 좋다는데 주가는 “나 몰라라” = 지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바이오 의약품 전문기업 휴젤은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13.67% 하락한 33만4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휴젤이 공시한 3분기 매출액(328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81%, 영업이익(179억원)은 무려 317% 증가했고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던 직전분기보다도 각각 6%, 10%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46억원을 달성, 영업이익률 역시 55%를 기록해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날만 외국인이 261억7000여만원을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었고, 외국인 ‘팔자세’에 최근 한 달 기준, 외국인 순매도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이에 장중 15.9%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도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매출은 영업 호조에 따라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4.9% 증가했다. 당기순손익도 흑자로 전환해 한진해운 관련 재무 리스크도 털어냈다.

그럼에도 이날 대한한공은 외국인이 18만4000여만원, 기관이 8만2000여만원을 팔아 2.37% 하락한 3만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악화에 고전하던 LG디스플레이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은 2분기(444억원)의 7배, 매출은 2분기보다 15% 상승했지만, 이날 장 초반 약보합세를 보이다 장 막판에 강보합(0.50%)으로 겨우 숨을 돌렸다.

역시 외국인이 26만5000여만원을 팔아치웠다.

▶‘어닝 서프라이즈’ 실종, 왜?… ‘최순실 사태‘에 외인 떠난다 = 전문가들은 어닝 서프라이즈 실종 사태에 대해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과 “정치적 불안 요인”을 꼽았다.

홍춘욱 키움증권리서치센터 투자전략 팀장은 “증시 불황에 연일 주가가 빠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 자신감을 함께 잃었다”며 “이미 증시가 많이 빠진 상태기 때문에 호실적이 발표됐을 때에 맞춰 차익실현을 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장 큰 낙폭을 보인 휴젤의 경우 “‘한미약품 사태’로 바이오주(株)가 맥을 못출때도 오히려 올랐던 종목 중 하나”라며 “증시가 계속 안 좋은 상황에서 이제 오를만큼 올랐다는 생각에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가 몰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로 인해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최순실 사태’가 몰고 올 정부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 실적과 더불어 그 여파가 재계나 금융계로 넘어올 가능성이 커 외국인들의 이탈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장 초반부터 외국인과 기관이 현물에서 순매도를 동반 확대했고,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 2014년 9월 2일 이후 최대 순매도 폭인 약 1조7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홍 팀장은 “외국인들이 현물에 이어 선물을 팔았다는 건 리스크 회피 목적이 크다”며 “한국의 정치적인 불안 요소 때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요인을 차치하고서라도 주도주 없는 맥빠진 박스 증시에서 몇몇 기업의 호실적이 전반적인 증시 부양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황세운 연구원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고 해도 증시 불안정이 큰 상황에서 한두 기업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전체 기업 평균이 예상치를 웃도느냐 밑도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점점 개별 기업 실적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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