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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을 통해 본 인류 역사의 발자취
토목공학자가 쓴 길에 대한 책이라면 응당 도시의 모습을 바꿔 놓은 길이나 기술공학적으로 의미있는 길 같은 걸 생각하게 마련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이 분야 전문가인 저자가 쓴 길에 대한 두툼한 한 권의 책은 이런 예상과 달리 ‘아름다운 길’에 바쳐졌다. 그 길에는 문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길, 상상과 사유의 길이 포함돼 있다.



그 첫자리를 장식한 길은 생각의 길. 모든 길들로 향하는 탐색의 첫 걸음은 도서관에서 시작한다. 바벨의 도서관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성카타리나 수도원 도서관을 돌아 금서와 분서 등 저자는 책과 도서관이 만들어내는 미로를 걸어내며 연결시켜 나간다. 여정은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 걸었던 길가메시의 서사시, 고대의 미궁,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나선 도로시의 길, 모나코 나비의 여로, 밤하늘 별들의 길로 이어진다.

이런 아름다운 길에 이어 저자가 당도한 길은 나를 찾아 떠나는 길. 흰두교와 불교, 가톨릭의 순례의 길을 통해 신에게로 향하는 길을 걸어낸다. 3부는 인류사의 시원부터 현재까지 숙명과도 같은 길 위의 삶, 유랑을 그려낸다. 수로와 운하와 옛길, 터널과 다리까지 저자의 길에 대한 인문학적 탐색은 방대하면서 촘촘하다. 공간을 연결하는 단순한 길, 빨리 지나쳐야 하는 길이 아닌 사유와 상상, 성찰의 미로를 즐겁게 산책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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