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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언젠가는 죽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숙명‘삶의 한계’를 인정할때…새로운 삶 보인다
10월 27일은 형의 생일이다. 뜬금없이 일면식도 없는 자기 친형 생일 얘기는 왜 꺼내나 싶겠다. 실은 형이 지난해 1월에 저 세상으로 갔다. 죽은 사람 생일이 무에 대수겠는가. 일부러 기억해 내려던 건 아니다. 형이 스산한 계절에 태어나서 추운 겨울날 생을 마감했다는 게 마음에 걸리곤 한다. 참 춥게 살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출판사 이 책’ 소개를 하면서 형 이야기를 하는 까닭이 있다. 형을 보내고 일터에 복귀했을 때 바로 맡게 된 책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이어지던 그 시기에 이 책을 만들어 5월에 출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을 만들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원고를 손보다가 눈물이 치밀어 올라 몰래 밖으로 나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돌아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내심 이 타이틀 편집을 나에게 던져 준 ‘윗사람’을 원망하기도 했다. 뭐 결과론이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 책의 한국어판 두 번째 독자가(첫 독자는 번역자일 테니) 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책을 만들면서 외면하지 말아야 할 여러 가지 감정들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이에 대한 감정뿐 아니라 남아 있는 이, 앞으로 떠나게 될 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를 남기고 떠나게 될 나 자신에 대한 갖가지 감정들이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저 세상으로 간 부모형제, 지인들에 대한 감정과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또 하나 덧붙이는 것은 이 책이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본의 제목으로 설정한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원제는 ‘Being Mortal’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일 텐데, 이 말의 울림을 번역본에서 담아 내지 못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그 사실을 거의 항상 잊고 산다. 마치 영원히 살기라도 할 것처럼 매일 매일 삶의 욕망에 휘둘린다. 어쩌면 그렇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종을 대물림하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숙명인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오직 인간만이 삶의 유한성과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삶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자는,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끝’이 있다는 것, 그 ‘한계’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건 그저 ‘살아 있는 것 자체’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나의 역할을 해내고, 타인과 소통하고, 의미를 만들어 내는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 있는 것, 그게 우리가 원하는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급속히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길어진 삶 속에서 얼마나 가치 있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가 아닐까. 만약 이 고민 지점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부키 편집부장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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