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내용과 광범위한 적용 대상에 법 이해도 떨어져
-오락가락 의견 내는 권익위도 문제
-전문가 “국민 상식에 맞는 해석 내려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오는 28일로 ‘부정청탁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한달로 접어든다. 당초 공직자 등 이해가 얽힌 당사자 간에 금품을 주고 받으며 사사로운 이익을 청탁하는 잘못된 사회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목표로 입법됐지만 모호한 규정과 해석으로 법 지식이 부족한 일반 서민들만 법망에 걸려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탁금지법 시행 초반 신고는 대학생이 교수님에게 캔커피를 제공했다는 등 대부분 사회상규 측면에서 법 위반 여부가 모호한 사례가 많았다. 신고 방식 역시 주로 112 신고로 이뤄져 경찰은 서면 신고 방식을 안내하고 별도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법 시행이 2주 이상 지나면서 실제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위반자들이 부정한 목적으로 금품을 건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민원인이 조사 시간에 편의를 봐줘 고맙다는 이유로 떡 한 상자를 담당 경찰관에게 건넸다가 과태료 처벌을 받게 됐다. 떡 가격이 4만5000원이어서 금품 제공 한도 5만원은 넘지 않았지만 직접적인 업무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과태료 대상이다. 이 민원인은 “평소대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했다”며 “청탁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간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떡 한 상자 정도는 우리 사회 상규에 속하는 것”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스승의 날 카네이션에 대해서도 생화는 안되고 조화는 된다며 경직된 해석이 나오니 경찰 일선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반면에 청탁금지법을 이용해 평소 앙심을 품었던 공직자를 모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부산광역시에서는 공기업 간부 책상에 100만2000원이 든 돈 봉투를 몰래 두고 간 민원인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해당 민원인은 평소에 해당 공기업 간부가 민원을 잘 들어주지 않아 앙심을 품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의도적으로 해당 간부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이 굉장히 복잡하고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다보니 혼란이 있다”며 “법원이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내리는 입장이라 권익위가 보수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지만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해석이 나온다면 법에 대한 존중감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