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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미술감상, 보기에서 느끼는 것으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ㆍ한국미술관협회장

직업 탓인지. 필자는 미술관을 방문하면 습관적으로 관객이 어떤 작품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는지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과 관심도는 정비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흥미를 끄는 작품일수록 관객이 그 앞에서 오래 머문다는 것을 최근에도 확인하는 기회가 있었다. 서울 용산구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내년 2월26일까지 열리는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관람하던 때의 일이다.

‘무지개 집합’이라는 작품 앞에서 유독 많은 관객의 발길이 머물러 있었다.

지름 13미터에 달하는 원형구조물에서 분사되는 미세한 인공빗방울이 6개의 천장 조명기구에서 발산되는 스포트라이트와 한데 어우러져 인공무지개를 만들어내는 설치작품으로, 관객이 다가가거나 멀어짐에 따라 무지개 빛은 강도를 달리하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이 설치작품의 인기비결은 관객이 미술관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에서 대자연의 경이로운 현상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것에 있었다. 관객은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투명 비닐우산을 쓰고 둥근 형태의 이슬비 장막 속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장막 바깥에서 무지개를 감상하며 숭고와 외경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관객 중심의 미술관 체험은 국내미술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미술관이 제공하는 전시정보와 작품 설명을 관객이 수동적으로 받아드렸다면 오늘날에는 참여와 소통을 통한 예술체험 기회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오감을 활용한 미술체험은 단순히 눈으로 작품을 보는 일반적인 미술감상보다 몰입, 놀람, 참여, 소통, 재미를 느끼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상을 반영하듯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미술관들이 관객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레이크스국립미술관은 지난 2015년 10월 24일~25일 이틀 동안 관람객에게 스케치북과 연필을 나눠주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그리면 더 많이 보인다’라는 이색적인 미술체험 감상 캠페인을 펼쳤다.

미술관 측은 기획 의도에 대해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것을 관찰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스케치를 하면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고 작품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6월 10일~9월 6일, 영국 런던의 유명미술관인 헤이워드갤러리를 방문한 관객들은 벨기에 출신의 작가 카르스텐 휠러가 제작한 움직이는 로봇침대에 누워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감상체험을 가졌다.

‘미술관 100% 활용법’의 저자 요한 이데마는 ‘미술관에서 관객이 한 작품 앞에 머무르는 시간은 불과 9초, 교향곡 감상은 40분, 영화 관람은 2시간이 걸린다. 미술작품과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는 당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 중심의 미술체험이 미술관이 추구해야 할 과제임을 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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