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슬기ㆍ장필수 기자]야권과 여권 비박계가 일제히 청와대 비서진 전면교체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정현 대표 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상 현 집권여당의 해체 요구다. 박근혜 대통령의 1분40초 ‘녹화 사과’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대통령 두둔 발언’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가 일제히 사퇴 압박에 직면하면서 이제 정국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식물당청’ 위기에 놓였다.
야권에 이어 여권 내 비박계도 26일 일제히 청와대와 내각 등 현 정부 인사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비박계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을 보좌한 모든 수석은 사퇴하고 국무위원도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내각총사퇴 후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국정을 일신하기 위해선 (청와대 비서진, 내각) 모두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태경 의원도 “청와대의 총체적인 혁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모니터 속의 박근혜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비박계의 요구는 당 지도부 책임론으로도 번진 상태다. 이 대표가 전날 최 씨 의혹과 관련, 기자들과 만나 “나도 연설문 같은 걸 쓸 때 친구 얘기를 듣곤 한다”고 박 대통령을 두둔한 게 기폭제가 됐다. “당 지도부도 자유롭지 않다(정 의원)”,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남경필 경기도지사)”, “거취에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하 의원)”, “필요하다면 사퇴도 한 방법(이종구 의원)” 등 이날 곳곳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됐다.
여권이 청와대를 넘어 당 책임론으로 비화됐다면, 야권은 박 대통령을 향해 한층 더 날을 세웠다. 연일 “박 대통령 역시 수사대상”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대통령의 ‘90초 사과’에는 국가 주요기밀이 무엇인지 공사 구분조차 못 하는 것인지, 정말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루빨리 최 씨를 국내 소환해 조사하고 우병우 수석을 포함, 국정을 농단한 청와대 인사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사과에서)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조사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국가가 진실을 밝힐 의무까지 면책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 대국민사과 이후 대통령의 해명 의지가 미약하다고 판단, 최순실 특검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권 비박계 역시 특검 도입을 주장한 만큼 사실상 특검 도입을 두고 친박계만 고립된 형국이다. 특검법이 발의되면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을 거쳐 의결된다. 야권과 비박계까지 특검 도입에 찬성하고 있어 사실상 최순실 특검은 확정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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