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공연한 이야기] 뮤지컬에 오른 소설속 옥희·점순이·김첨지
“아저씨는 무슨 반찬이 제일 맛나우?” “나도 옥희처럼 삶은 달걀.” 사랑방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한다는 말에 과부인 옥희 엄마는 매일 달걀을 사다 밥상에 올린다. 6살 꼬마 옥희의 눈으로 본 엄마와 아저씨의 미묘한 감정을 발랄하게 그려낸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1935)’의 주요 장면이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소개된 작품이 이번에는 공연으로 재탄생해 서울 대학로에서 개막했다.

뮤지컬 ‘쿵짝’<사진>은 교과서에 실려 학창시절 한 번쯤 읽어본 적 있는 한국의 대표 단편소설 3편을 엮어 만들었다. 옥희뿐만 아니라 김유정 작가의 소설 ‘동백꽃(1936)’의 점순이, 현진건 작가의 소설 ‘운수 좋은 날(1924)’의 김첨지가 국어책을 찢고 튀어나와 무대 위를 거닐며 객석에 말을 건다. 시험 때문에 억지로 배우고 익혔던 소설 속 이야기들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우상욱 연출은 “그동안 셰익스피어나 체호프 같은 외국 작가의 작품이 주로 올라왔는데 한국 작가가 남긴 훌륭한 유산을 재조명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황순원의 ‘소나기’, 김유정의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또 다른 단편소설을 엮어 ‘쿵짝2’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공연계 곳곳에서는 그동안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한국 극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립극단에서 시작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한국연극사의 문제작이라 할 수 있는 명작을 골라 무대화하고 있다. 근현대 희곡을 통해 동시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 시리즈의 목표다.

오영진 작가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시작으로 김우진의 ‘이영녀’, 유치진의 ‘토막’,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 김영수의 ‘혈맥’, 현재 공연 중인 함세덕의 ‘산허구리’까지 여러 편이 소개됐다. 특히 ‘산허구리’는 2012년 수능 언어영역의 지문으로 나왔을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1936년 발표된 이후 한 번도 공연된 적이 없을 만큼 외면돼왔다. 이번에 국립극단이 제대로 무대를 올리면서 희곡이라는 목적에 가장 알맞게 빛을 발했다.

이밖에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팬레터’는 1930년대 활동한 작가 김유정과 이상의 삶을 모티브로 창작됐다. 당시 이효석, 유치진, 이태준, 김기림, 정지용 등 문인들이 경성에 모여 실제 활동했던 단체 ‘구인회’ 이야기도 극 안에 버무려져 있다.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 김기림의 ‘세계의 아침’, 김유정의 ‘생의 반려’ 등 문학 작품 구절을 공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나라는 비극 속에 있었지만, 문인들은 훌륭한 작품을 써 후대에 남겨주었다. 지금 공연계에서는 한국에도 위대한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있는 중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