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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성공하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
딱히 줄거리는 없는 영화였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기승전결이 없는 구성이었고 콜로세움에 난데없이 기린이 나타나듯이 때로는 마법이 펼쳐지기도 했다. 예술과 인생, 위선과 진실, 고난과 호사로움, 아름다움과 추함이 교차되는 영화 ‘그레이트 뷰티’는 평범한 일상을 순간 압도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이탈리아라는 배경과 예술적 아이디어를 말한다는 것이 영화와 교묘히 겹쳐지면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출간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이탈리어 번역자를 찾기가 어려웠고, 원문 자체가 논리정연하게 쓰인 것이 아니어서 행간을 읽으며 저자의 깊은 생각을 유추해내야 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 원고를 처음 읽고 담당 편집자가 했던 말 또한 인상 깊다. “요령부득이네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만들어볼까?

모름지기 ‘예술적 경지’라는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예술로 승화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예술작품은 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들고 따라하게 만들고 그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모든 예술작품이 사람들의 이해와 찬사를 얻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한 화가는 어느 날 트랙터에 붉은 잉크를 싣고 길 위에 흘리면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렸다. 길 위에 붉은 줄이 그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신기해하거나, 욕을 하거나, 박장대소하거나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결국 경찰의 저지로 끝난 이 해프닝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었을까? 밤새 비라도 오면 바로 씻겨 나갈 길 위의 붉은 줄 때문에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마을 주민들은 부지불식간에 서로 소통하게 되었다. 예술적 메시지가 사회적 메시지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는 행위예술가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716시간 30분 동안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서 마주앉은 사람들을 응시했다. 무려 1,400명이 침묵 속에 예술가와 마주앉은 이 행위예술의 제목은 <예술가가 여기 있다>였다. 서로 응시하는 단 몇 분간, 그들의 시간은 거기서 멈추었고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었다. 덴마크 출신의 예술가 커플은 황무지와 다름없는 텍사스 사막에 프라다 매장을 설치했다. 구두 몇 켤레와 핸드백 몇 점이 놓여 있을 뿐인 이 작은 매장은 자본주의와 럭셔리를 풍자하는 상징적인 설치물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더 이상의 보수도 리모델링도 없이, 이 설치물은 세상 모든 것이 세월이 흐르면 없어지듯이 자연풍화 작용에 놓여 있다. 


예술의 속성이 불경, 맹렬, 흥분, 일회성, 변칙, 비이성과 충동이라면 이 책은 이 속성을 잘 따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맹렬하고 흥분 상태이며 때로 비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것은 그 자체로 처음부터 위대한 것이지, 낮은 것에서부터 발전하지 않는다. 모든 예술적 아이디어와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낸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책이다. 도끼와 같은 책,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 책을 찾는 이들에게 권한다.

김성옥 (미래의창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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