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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K의 운명
저작권을 생각하면 ‘먹방(mukbangㆍ먹는 방송의 줄임말)’ 앞엔 빨리 영어 대문자 ‘K(한국을 의미)’를 붙여 ‘K-먹방’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셜미디어엔 국적을 불문하고 먹방 홍수다. CNN이 2014년 한국의 먹방을 소개하고, 최근엔 이게 세계적 흐름이 됐다고 타전했으니 긴장해야 한다. ‘K’ 붙이기에 날랬던 관료가 넋 놓고 있다간 먹방 원조(元祖)국 지위를 잃고 문책당할지도 모른다.

웃자고 한 얘기에 속 쓰릴 사람이 있다면 편의주의적 ‘K작명(作名)’ 습관을 돌아보길 권한다. ‘K’는 이 정부에선 금수저를 문 철자다. 뭐든 ‘K’가 붙었다. 한류(K-웨이브)부터 관광(K-트래블), 도시수출(K-스마트시티)까지 ‘K’가 앞장섰다. 전체주의 냄새가 강했다. 4대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이 들어간 영향으로 본다. 브랜드의 통일성을 위해 효율이 적지 않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촉망 받던 ‘K’는 그러나 정당성ㆍ합법성을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지목되는 인물과 그 무리 작품이다. ‘K’라는 이름으로 후다닥 대기업 돈 수 백억원을 모아 사적으로 쓴 정황과 의혹이 난무한다. 권력자 팔아 호가호위한 걸로 믿고 싶지만, ‘K’로는 뭘 하든 눈총 받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얼마 전 지정한 우수문화상품을 일컫는 ‘K-리본 셀렉션’도 취지는 좋다. 하지만 특정 상품이 왜 거기에 포함돼 지원을 받는지 꼼꼼하게 따질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지난 주말 경험한 서울시티투어버스(트롤리버스)는 한심했다. 몇 안 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낯은 어두웠다. 볼거리 없는 시내를 교통체증 속에 견뎌내야 해서다. 조금이라도 뚫린 길이 보이면 버스는 레이싱하듯 달렸다. ‘K’의 민낯이다.

얄궂은 ‘K’의 운명을 내리막길이라곤 하지 않겠다. 포장에만 능한 부류를 솎아내 ‘K’를 구출해야 한다.

홍성원 기자/h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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