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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유소비①] ‘소유’보다는 ‘사용가치’… 빌려입는 옷의 편견을 깨다
[헤럴드경제=손미정ㆍ김성우 기자] “비싼 옷을 사도 몇 번 못 입고 마는 일이 허다해요. 시즌마다 예쁜 옷은 계속 나오는 데 그렇다고 다 구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옷을 열심히 구입을 해도 한 해만 지나면 ‘입을 옷’이 없다. 매년 겨울 시즌이 다가오면 외투 구입에 만만치 않은 돈을 썼던 이 모(여ㆍ27ㆍ대학생) 씨는 올해는 쇼핑 대신 ‘빌려 입기’를 택했다. 한달에 7~8만원을 지불하면 사이트에서 원하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렌탈 서비스’가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다. 이 씨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빌려 입는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며 “10만원 짜리 블라우스를 사서 몇 번 입는 것보다는 같은 돈으로 여러 옷을 입어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123rf]

큰 마음 먹고 구입한 물건을 ‘알뜰하게’ 쓰는 것도 꽤 쉬운 일은 아니다. 지출의 대부분을 재화나 서비스를 소유하고 누리는 것을 위해 쓰지만 정작 ‘소유’하는 것이 주는 효용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비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합리적인 소비트렌드는 최근 ‘소유’를 과감히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유욕을 충족하는 만족감 대신 상품을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면서다. 바야흐로 ‘무소유’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장 렌탈샵 열린옷장 PC 사이트 캡처

유통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렌탈시장은 매해 15%를 웃도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렌탈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와 정수기,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 비용 부담이 큰 재화에 대해 형성돼왔던 렌탈 시장은 점차 그 카테고리가 다양화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최근 렌탈시장에서 주목하는 아이템은 ‘패션 아이템’이다. ‘똑똑한 소비자’를 타깃으로한 의류 렌탈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렌탈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정장류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왔던 의류 렌탈 서비스들은 젋은 소비자를 겨냥,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렌탈해줌으로써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의류 구입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구입 후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가격대가 높은 예식용, 면접용 정장은 의류 렌탈 시장에서 각광받는 아이템 중 하나다. 한 렌탈 업체의 경우 10월의 렌탈 예약은 이미 2주 치가 차 있는 상황이다. 결혼식과 취업시즌이 겹치면서다. 정장 렌탈샵인 열린옷장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장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는 결혼식을 가기 위해서 옷을 빌리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옷을 빌려주는 것이 핵심이지만, 의류 렌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익모델은 충분히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이 관게자는 “(렌탈 가격에) 세탁비나 이런 것이 포함돼 있고 가격을 책정할 때 이미 여러 부분을 고려해서 내놓은 가격”이라며 “마진이 크게 남는 것은 아니지만 운영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7월 문을 연 패션 렌탈 매장 ‘살롱 드 샬롯(Salon de Charlotte)’

최근 SK플래닛은 브랜드 의류ㆍ잡화를 빌려주는 서비스인 ‘프로젝트 앤’을 론칭했다. SK플래닛 측에 따르면 최근 앱스토어에서 해당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가 활발해지고 있고, 이용고객을 중심으로 한 좋은 반응들이 올라면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한 이용고객은 “엄마나 여자친구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나중에는 남성의류까지 확대하면 좋겠다”라고 기대를 높였고, 또 다른 이용객은 “즐겁게 패션을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다. 고가라서 군침만 흘렸던 아이템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패션 렌탈 매장인 ‘살롱 드 샬롯(Salon de Charlotte)’을 열었다. 살롱드샬롯은 드레스, 정장, 주얼리 등 자주 착용하진 않지만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주는 한국형 패션 렌탈 매장이다. ‘살롱 드 샬롯’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주중에는 30명, 주말에는 50명 수준이다. 백화점 측에 따르면 예상보다 120%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드레스, 수트 등 아동용 의류 상품이다. 핸드백, 주얼리 등 잡화 상품을 대여하려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 이애나 수석바이어(Chief Buyer)는 “소비 경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업계 최초로 패션 렌탈 매장을 기획했다”라며 “향후 공유 및 렌탈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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