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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표주가 올려도 기관은 ‘팔자’…개미만 눈물 짓는 증시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 2015년 3월 L사 전자 부품 업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현 주가는 너무 저렴하다”며 목표주가 상향 의견을 쏟아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은 1년 내내 해당 종목에 대해 6742억원 순매도했다. 그 전년만 해도 해당 종목을 5204억원 순매수하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리포트만 보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주가에 마음을 졸여야했다.

# 2013년 10월 C사를 담당하는 미디어ㆍ엔터 업종 애널리스트들은 평소 친분이 있는 펀드매니저들에게 내부 정보를 미리 전달했다. C사 관계자로부터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2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전화를 받은 뒤 기관투자자들에게 알렸고, 이후 주가는 하루 만에 9.45% 급락한다. 급락세를 예측하지 못하고 호실적 꿈에 부풀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투자 유망하다는데, 개관(기관투자자를 비꼬는 개미들의 속어)들은 왜 팔지?’
[사진=게티이미지]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종목의 목표주가까지 올리며 매수를 권하지만, 실제 상당수 기관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추천한 종목에 대해 매도공세로 일관하는 일도 다반사다.

애널리스트들이 특정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을 해놓고, 펀드매니저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해당 종목을 팔아치운다는 정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같은 이해안되는 상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의 이해관계 맞물려 ‘애널리스트 추천과 기관 투자자 매도 속에 눈물 흘리는 개미’만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목표주가 올린 종목 10개 중 4개는 기관이 ‘매도’ = 22일 헤럴드경제가 지난 9월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상향된 종목을 대상으로 전 거래일까지 투자자별 매수세를 분석한 결과, 목표주가가 상향된 총 57개의 종목(유가증권시장ㆍ코스닥시장 포함) 중 절반에 가까운 24개 종목(42.11%)에 대해 기관은 순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늑장공시 물의를 일으킨 한미약품을 제외하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9월30일 148억원), LG화학(9월28일 이후 317억원), 엔씨소프트(9월26일 이후 792억원), 두산중공업(9월20일 이후 421억원), 만도(9월20일 이후 375억원), 코웨이(9월13일 이후 281억원), 현대글로비스(9월8일 이후 567억원) 등이 높은 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목표주가 상향에도 불구하고 해당 종목에 대해 높은 비율로 기관이 매도세를 보이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목표주가까지 올릴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한 개미들에게는 그 종목을 정말로 사라는 말로 들릴 것”이라며 “애널리스트가 사라고 부추기는 종목을 기관 투자자들이 팔아내면, 도대체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법인영업ㆍ애널리스트ㆍ기관의 이해관계에서 개인투자자는 ‘소외’ = “공식 리포트는 좋게 내보내면서, 법인 영업하는 브로커들이 기관에 전화를 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종목 목표주가 상향에도 기관이 매도 이면에 숨은 뒷거래 의혹을 제기한다.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사이는 일종의 갑을 관계로, 증권사 법인영업팀이 기관 입맛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유인이 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 발간 이후에라도 알게 되는 주요 업황 정보가 법인 영업팀의 콜에 의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제공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 다수는 깨끗한 거래를 한다”면서도 “그러나 소수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리포트에서 업황이 좋다는 말을 투자지침으로 삼을 때, 기관들이 실제 업황이 좋지 않다는 발언이 새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시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의 유착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른 관계자는 “리서치센터만 두고 보면, 애널리스트들 간에 매수나 매도에 대해서 센터 윗선이 지시하거나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면서도 “다만 기업탐방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와 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 경우 이들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짜고 치는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리포트의 행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리포트는 읽어보면 투자의견은 ‘매수’로 해놨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해당 기업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리포트들이 있는데, 그건 애널리스트가 정말로 사지 말라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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