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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방서 ‘오적’에 감명…‘김지하 장모님賞’ 이라 의미 각별”
박경리문학상 수상 응구기 방한
노벨문학상 후보 1위 케냐 소설가
‘십자가 위의 악마’로 세계적 이목




“세계가 작품의 진가를 인정하고 상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매년 이맘때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올해 노벨문학상 유력후보 1위로 꼽혔던 케냐 작가 응구기와 시응오(78)가 25일 시상식이 열리는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을 찾았다. 응구기는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유력후보에 오르는데 대해 행복해하며,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의 폭을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유력후보 1위로 꼽혔던 케냐 작가 응구기와 시응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번이 두번째 방한인 응구기는 “모든 상이 다 중요하다”며, 특히 박경리 문학상은 노벨상과 달리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상이라고 소개했다. 일찌기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그는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란 소식을 듣고 인터넷을 통해 박경리 선생에 대해 찾아보고 김지하 시인이 사위라는 사실을 알게 돼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을 운명적으로 여기는 듯했다. 40년전, 1976년 도쿄 호텔에 딸린 작은 서점에서 김지하 시인의 영어 번역시집 ‘민중의 외침’을 발견한 게 그랬다. 그는 ‘오적’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1977년 정치적 탄압으로 재판없이 투옥됐을 때 김지하의 작품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옥에서 화장실 휴지 위에 기큐유어로 글을 써내려갔다. 정치범을 괴롭히기 위해 제공된 빳빳한 휴지는 오히려 글을 쓰기 좋았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기쿠유어로 쓴 첫 작품, ‘십자가 위의 악마’다.

그는 소수언어인 기쿠유어로 작품을 쓰는 데 대해, “독자가 다섯명이라도 그를 위해 상상의 요리”를 제공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각각의 언어는 크고 작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인류의 보편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그는 에이미 세자르가 말한 ‘문화접촉이 문명의 산소 역할을 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언어접촉 역시 문명의 산소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개개의 언어는 고유한 음악성, 특수성,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하죠. 소수언어 조차도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응구기는 문학의 자양분으로 상상력을 들었다. 인체가 성장하기 위해 물과 음식을 필요로 하듯 상상력은 예술을 만들어내는 자양분이라는 것. 상상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쓰는 게 요리사가 상상을 재료로 요리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응구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 어바인) 비교문학 특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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