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야 합니다. 내 딸에게도, 청소년들에게도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처음으로 대중강연에 나섰다지만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차분하고 조리있게 이어갔다. 이세돌<사진> 9단이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된 2016 행복교육박람회에서 청소년들에게 ‘바둑, 그리고 인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객석을 메운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신있게 승부를 걸 수 있는지, 힘들 때 어떤 생각으로 이겨내는지 등 궁금한 질문들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승부가 두렵지 않다” “힘들 때일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바둑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등 담담하면서도 알찬 내용으로 학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세돌-알파고 대전이 방아쇠 역할을 하면서 세계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이슈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이세돌 9단은 강연 후 헤럴드경제와 만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불확실성은 있고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이 많긴 하지만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알파고와 재대결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결이) 그렇게까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며 “알파고는 사실 완벽하지 않았다. 인간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다. 알파고와 재대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상대가 또 나였으면 좋겠다. 조금 더 보여주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이세돌은 “강연 요청을 거절해 왔는데 청소년들을 상대로 하는 무대라 처음으로 서봤다”며 “딸(혜림)에게나 학생들에게 뭘 하라고 함부로 말하는 건 두렵다. 다만 즐기라는 얘기는 해주고 싶다. 바둑을 잘 모르더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이왕 할 거면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공부도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세돌은 “바둑에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앞으로 바둑 경험을 다른 쪽으로 접목해 사회적으로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양=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