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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 "20년 묵은 게임 아이덴티티 지키는 것이 내 숙명"
- '붉은보석' 등 자사 토종 IㆍP 모바일 날개 '활짝'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이하 엘엔케이)는 1997년 설립된 1세대 게임회사다. 이 곳은 건축학을 전공하고 판타지 소설을 집필하는 남택원 대표의 이색 경력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한 게임사로 업계에 알려져있다.
엘엔케이의 대표작 '붉은보석'과 '거울전쟁'은 남택원 대표의 머릿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들 게임이 가진 판타지적 세계관과 방대한 스토리는 한 사람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몇 권의 책으로 출간할 분량이다. 엘엔케이의 경쟁력은 바로 남 대표가 추구하는 자사만의 게임 아이덴티티에 있다. 다른 회사가 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을 꾸준히 지켜온 덕분에 최근 엘엔케이는 한물간 1세대 게임사라는 오명 대신 주목받는 토종 개발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출시한 '붉은보석2:홍염의 모험가들(이하 붉은보석2)'이 양대 마켓에서 인기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남 대표도 오랜만에 쏟아지는 업계 관심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내년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 엘엔케이를 이끄는 그가 업계 '큰형님'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요즘이다.
국내 대표 게임 개발자인 남 대표가 후배들에게 던지는 속 깊은 메세지가 최근 엘엔케이의 행보 속에 보여지고 있다.

 

   
'붉은보석2'는 엘엔케이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모바일게임이다. 당초 남 대표는 이 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기획했다 모든 것을 '영점 셋팅'하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다시 개발했다. 창업 후 10여년 간 PC 플랫폼을 고집했던 그에게 있어 이같은 변화는 자신에게도 게임 철학을 바꿀만큼 어렵고 중대한 결정이었다.
"'붉은보석2'를 온라인게임으로 처음 테스트했을 때 게임의 평가를 떠나서 사람들이 안들어오더라고요(웃음). 커뮤니티 형성이 안되니까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이) 모바일로 옮겨간 시장 현실을 체감했어요."

 

   
게임철학까지 바꾸게 해준 인생작 '붉은보석'

남 대표의 이러한 결심은 사실 다른 온라인게임사들과 비교했을 때 뒤늦은 선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도나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매달리면서 엘엔케이가 '붉은보석2' 개발을 모바일게임으로 바꾸었을 때는 내수 경기가 포화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렇지만 남 대표는 '붉은보석'의 IㆍP 파워를 믿었다. 원작의 경우 서비스 13년 동안 누적 매출 3,0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국내 대표 장수 온라인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수치적인 기록을 떠나 '붉은보석'을 좋아하고 기억하는 유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모바일게임으로 IㆍP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남 대표는 게임 개발에 있어 기획의 큰 줄기만 그려주고 세부적인 콘텐츠는 개발팀이 맡았다. 소소한 부분까지 게임 개발에 직접 관여했던 이전 그의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속도감을 요구하는 모바일게임 개발 환경에 기존 온라인게임 개발 프로세스가 익숙한 자신보다는 시장 흐름에 눈이 밝은 젊은 개발자들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 게임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는데 '붉은보석2'는 개발에서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다보니 타 사 게임과 재미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장단점이 눈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내가 재밌다고 느끼면 다른 유저들도 재미있겠죠. '붉은보석2'를 즐기는 유저들이 많아서 뿌듯합니다."
남 대표는 이번 게임을 통해 게임 시나리오 작업도 자신안에 가둬뒀던 틀을 부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스스로 만든 게임의 세계관에 갇혀 유저들을 강제로(?) 설득시키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다. '거울전쟁'이나 '붉은보석'처럼 틀에 짜여진 판타지 말고, 외부 IㆍP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만 알고 있는 세계관 말고 유저, 혹은 독자들이 제 이야기를 공감하면서도 각각의 게임들이 개성있으면서 엘엔케이만의 감성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엘엔케이 DNA 심은 게임 IㆍP 경쟁력 키울 것
남 대표는 당분간 '붉은보석2'의 상용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는 콘텐츠 업데이트 등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지만 내년에는 일본 등 글로벌 론칭으로 다시 한 번 토종 자존심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그도그럴것이 일본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붉은보석' 온라인게임이 꾸준한 인기를 지속해 오고 있다. 서비스 11년째지만 현지에서는 1년에 서너차례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열도 각지를 돌며 게임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붉은보석2'를 일본 현지에 독자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으로 염두에 뒀으나 현재 국내 퍼블리싱 파트너인 네시삼십삼분(이하 4:33)의 적극적인 구애로 방향을 바꿨다.
"4:33과 파트너십을 맺게 된 계기는 젊은 회사라는 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신생 조직이고 막 성장하는 회사이다보니 의욕적으로 우리 게임을 자기 게임처럼 대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엔케이 역시 잘 돼야한다는 절박함이 있던 시기라 양 측의 니즈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붉은보석'에만 매달릴 생각은 없다는 게 남 대표의 단언이다. '거울전쟁'이나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 등 기존에 라이브 중인 온라인게임도 업데이트나 개편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게임의 암흑기에 태어난 아픈 손가락들이죠(웃음). 하지만 단 한 명의 유저라도 서버에 남아있다면 그를 위해 서비스를 지속할 겁니다. 그것이 개발사의 책임이자 의무 아닌가요?"
무엇보다 남 대표는 자사가 가진 고유 IㆍP를 앞으로도 계속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만큼 빠른 시장 변화를 미리 예측하기 보다는 자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살의 성인이 되는 2017년, 한층 성숙해진 엘엔케이의 미래가 기대된다.

 

   

* 남택원 대표 프로필

● 1994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 1997년 엘엔케이로직코리아 설립
● 2000년 6월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법인 전환, 대표이사 취임
● 2000년 7월 소설 '거울전쟁-악령군' 집필, 출간
● 2000년 9월 '거울전쟁-악령군' 개발 총괄
● 2001년 12월 '거울전쟁 어드밴스드-은의 여인' 개발 총괄
● 2003년  온라인 게임 '붉은보석' 개발 총괄
● 2006년 10월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관광부 표창
● 2003년~2007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게임공학과 겸임교수
● 2010년~2011년 1회, 2회 NHN 게임문학상 심사위원 역임
● 2011년 3월 '2010 성실 납세 기업 선정'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 2014년~ 現 '붉은보석2-홍염의 모험가들',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 '거울전쟁-신성부활' 제작 총지휘[Side Story] 최고의 모니터링 요원은 '가족'
남택원 대표는 '딸바보 아빠'로 업계서 유명하다. '붉은보석'을 국내에 론칭하던 해에 일란성 쌍둥이 딸이 태어났다. 다른 의미에서 '붉은보석'은 자식같은 게임이기도 하다. 꼬맹이었을 땐 아빠 직업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딸들이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 이제는 아빠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이번에 '붉은보석2'가 론칭하자 딸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것이 남 대표의 말이다. 실시간을 오픈마켓 순위를 체크해주는가 하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본 소감도 잊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그의 아내는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가담한 남택원 대표의 문체까지도 예리하게 짚어내며 날카로운 지적으로 그를 깜짝 놀래켰다는 후문이다.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

 
윤아름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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