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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경찰의 날 ①] 경찰은 괴롭다…피습당하는 경찰관 한해 500명 이상
-총기 대응 매뉴얼 구멍…테이저건이 고작

-예산 부족으로 방탄복 교체 ‘거북이 걸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지난 19일 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사제 총기를 든 범인을 검거하려던 김창호 경위가 범인이 쏜 총탄에 숨지면서 범인 검거 중 다치거나 숨지는 등 경찰관들이 겪는 고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때 수그러들었던 경찰관 순직률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범인과의 사투 끝에 다치는 경찰관도 한해 5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경찰의 날(21일)을 맞아 일선 경찰관의 애로와 힘든 근무 여건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다. 
[사진=지난 19일 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총격 사건 현장을 경찰관들이 지키고 있다.]

20일 경찰청의 ‘최근 5년 간 경찰관 순직 및 공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무 수행 중 범인의 피습을 받거나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순직하는 경찰관 수는 2011년 13명에서 2013년 20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다 2014년 14명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다시 한명 늘어 15명의 경찰관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범인을 쫓다가 상대가 휘두른 흉기 등에 부상을 입는 경찰관 역시 연 500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이다. 2011년 666명이었던 범인 피습에 의한 공상 경찰관은 2015년 507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관에 대한 보호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범인을 체포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피습을 받아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은 것은 흉기나 총기를 든 범인에 대응할 때 적용되는매뉴얼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에서 엽총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을 당시에도 대응 방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112 신고에도 “총기를 들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해당 경찰관은 권총이 아닌 테이저 건을 들고 나갔다. 현재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해서 대통령령을 통해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목전에 실행되고 있을 경우 등 상황이 급박하면 경고 없이 총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일선 경찰들은 총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총기 사용 후에는 매번 경위서를 써야 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과잉 대응 여부 등 과실이 없다는 점은 경찰관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 나섰던 강신명 경찰청장은 “총기 사건에 대한 별도의 매뉴얼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1년 조현오 경찰청장 시절 시민의 생명이나 경찰관의 신체에 위협이 있을 경우 경고없이 곧바로 실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 개정이 추진됐지만 과잉 총기 대응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다.

방탄복이나 방검복 등 경찰관을 보호할 장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경찰청은 새 방탄복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방탄복은 미국 법무부의 방탄복 품질 규정인 ‘레벨3’ 이상 급으로 알려졌는데 유리섬유로 된 방탄판을 보강할 경우 북한군의 최신 총기인 AK74의 5.45㎜ 탄환도 막아낼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

문제는 실제로 현장 대응에 나서는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 경찰관에 원활히 보급되느냐다. 경찰은 3년에 걸쳐 이 방탄복을 보급할 예정이지만 매년 예산을 책정받아 보급하다보니 빠른 보급이 어려운 상황.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6000여 개를 구매할 1년 치 예산만 확보한 상황”이라며 “이 수량으로는 순찰차 당 2개, 파출소에 필요량을 비치할 경우 1급지 경찰관서에도 다 보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장비가 시중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대부분 노후화 돼 있다”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비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것만 봐도 매뉴얼과 현실의 간극을 알 수 있다”고 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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