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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나부터 바꾸자!
얼마 전 학교에서 소위 ‘김영란 법’과 관련한 꽤 긴 안내문이 전달되었다. 교수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외부 기관(단체) 활동과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정리한 것이다. 은퇴한 내겐 별 소용이 없는 것들이지만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과거엔 별 문제가 없었던 일들이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금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강의실 커피, 스승의 날의 카네이션 그리고 조그만 모임에서 나누던 김밥도 안 된다는 것이다.

취직이 되어 출석을 못하면 별도 과제를 주고 출석을 인정해 왔던 것도 범법 행위가 된단다. 학위를 취득한 후 논문지도 교수와 되풀이로 밥을 먹으며 못 다한 얘기로 끝맺음하는 것도 제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학교 문화를 무시하는 삭막하고 경직된 법 해석이고 적용이다.

이 법은 부정부패를 없애고 특권, 특혜가 통하지 않는 신뢰 사회와 투명 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하여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부패지수에서는 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행이나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뇌물, 특혜, 정실, 연고주의가 일상화 되어 있었다. 이를 바로 잡자는 것이 이 법의 제정 목표이고 모든 국민이 찬성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남짓한 동안 숱한 혼선과 시행착오가 일어나고 있고 또 예상되고 있다. 급기야 국무총리가 나서 ‘법령해석 지원 TF’를 설치하라고 지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무 관련의 범위, 대가성의 한계, 공익 재단이나 사회 공헌 활동의 범위 등 사회 관계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다듬으라고 말했단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아름다운 관행과 행습까지 규제해서는 안 되고 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혼선과 혼란을 최소화하라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잘한 결정이다.

적절한 가지치기를 통하여 ‘김영란 법’을 착근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시행 과정에서 파생되는 작은 불편쯤은 감당해야 한다.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에 모두가 솔선수범하여 부정이나 반칙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법도 성매매방지법이나 가정의례 법 같이 ‘있는 둥 마는 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내가 30여년을 응원했던 두산 야구단이 코리안 시리즈에 진출했다. 예년 같으면 여기저기 부탁해서 입장권을 구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년은 남과 같이 줄을 서거나 인터넷을 통해 입장권을 사고, 안 되면 텔레비전 중계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법이 내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거창한 작업은 아니다. 구석구석에 박힌 잘못된 관행이나 관습을 스스로가 걷어내는 일에서 비롯된다. 나부터 바꾸고 바뀌겠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이를 옹골차게 실천하는 것이 투명사회로 진화하는 첫 걸음이다. 모든 국민의 진지한 노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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