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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친환경농산물과 가치소비
해발 700m는 기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가장 이상적으로 동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고도다. 최근 이러한 자연적 특성을 활용해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강원도 횡성의 한 영농조합법인에 다녀왔다. 30∼40대 젊은 농업인들로 구성된 이 영농조합법인은 환경을 보존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건강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신념을 올곧이 지켜내고 있었다.

사실 농업인들이 친환경 유기농법을 영위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는 바로 ‘보기 좋은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이다. 유기농산물은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전체 농산물 중 일정 물량은 크기가 들쑥날쑥하거나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며 윤기가 적은 것들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농촌은 개방화의 여파에 따른 수입농산물 증가와 식생활패턴 변화로 많은 농산물이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과 경기부진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친환경 농산물의 판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럴 때 일수록 우리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의 가치와 철학을 생각하면서 외관상 보기가 다소 좋지 않은 농산물이라도 ‘친환경’이 갖는 본질적 가치와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직거래 등을 통해 제 값으로 많이 구매하면 우리 친환경농업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공동체지원농업(CSAㆍ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운동이 활발하다. 도시소비자들이 농업경영비를 농가에 선지불하고 수확기에 농산물을 현물로 제공받는 새로운 유형의 농산물 직거래 방식이다. 소비자에게 농장을 제공, 생산에 직접 참여하게 하며 영농의 위험까지 함께 나누어 흉작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제공받는 농산물의 수량이 줄거나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기꺼이 감수 한다고 한다. 우리도 한국형 CSA를 통해 도·농 교류를 확대하면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농촌체험 및 직거래 확대 등을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2006년 400억 달러에서 2014년 800억 달러 규모로 8년 만에 두 배로 확대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친환경농가수는 2012년 10만호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6만호로 증감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도 2013년 1.8조원에서 ’15년 1.3조원으로 감소하였다. 친환경농가수와 시장규모가 감소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 위축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 소득은 일반 농가보다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강원도 횡성 사례처럼 많은 친환경농가들은 환경과 소비자건강을 우선하겠다는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식품을 통한 영양분 섭취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환경을 지키며,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환경농업인들의 땀의 가치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특히 친환경농업은 시급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 증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보전, 토양 및 수질 오염 감소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도 친환경 농산물의 인증제도 개선, 유통체계의 확충, 영양학적 가치 연구 강화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친환경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농산물 소비 확대와 같은 ‘현명한 가치 소비’가 더욱 확산될 때 기후변화 시대에 환경을 보전하면서 건강까지 함께 지켜 우리 모두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윤택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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