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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에 빠진 통화정책②] 금리 인하의 그늘…커지는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부작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삼성과 현대차 등 ‘빅2’가 휘청거리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카드를 망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금리인하가 내수 진작의 효과가 있기 보다 부동산 시장만 더욱 가열해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목표제 운용상황 설명회’에서 “가계부채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할 필요는 있어 금리 정책 운용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하론’ 확산을 경계하기도 했다.

금리인하가 인한 소비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고전적인 경제모델인 케인즈 모델에 따르면, 통화당국이 이자율을 낮추면 현재 소비를 미루고 저축을 해 미래소비를 늘리는 유인이 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는 현재소비와 미래소비 간 대체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불경기가 장기화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이자율이 낮아져도 경제주체들이 당장 소비를 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8% 올랐으나,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4% 감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대신 금리인하로 조달비용이 낮아진 자금들은, 특히 우리나라는 주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

전통적으로 ‘주택’이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다 부동산 투자는 손해가 없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간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다소 지역적인 온도차이가 있지만,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 3구 아파트 값이 지난주 3.3㎡당 평균 4000만원을 넘어섰으며, 이 지역 재건축 시장의 청약률은 300대 1을 웃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것이 골자인 ‘8ㆍ25 가계부채 억제대책’을 발표했지만,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나 정부 정책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가계대출은 대책에 발표된 8월보다 오히려 6조745억원이 증가했다. 8월 증가액인 8조6337억원보다 다소 적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염려한 주택담보대출이 5조2791억원으로 증가분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을 잠재우고자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가격을 9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춰 사실상 공급을 중단하고, 서울지역은 분양권 전매를 입주 때까지 금지하는 등 강력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시중자금의 흐름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과 상충한다. 불난 집(부동산 시장)에 부채질(금리인하)이 아니라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김석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은 개별 경제주체의 특성이나 구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의 상황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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