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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지식의 최전선, 이 방에 모인 이들을 주목하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어떤 한 방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언어본능’의 스티븐 핑커, ‘총,균,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루시퍼 이펙트’의 필립 짐바르도,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현재 지식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모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토론을 하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아름답다.

실제로 그런 방이 있다. 바로 엣지재단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최고의 석학들이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이다. 이 엣지 회원들은 매년 ‘엣지’ 기념호를 발간할 때 그 해의 ‘엣지 질문’을 받는다. 예상 밖의 답을 이끌어내는 영감을 주는 질문,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도록 자극하는게 질문의 역할이다.

2012년 ‘엣지 질문’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설명은 무엇인가?’였다. 이 질문은 뜻밖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석학들의 답을 담은 ’이것이 모든것을 설명할 것이다‘(책읽는수요일)에는 인간, 사회, 우주를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과 철학적 사고들 중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이론들과 개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과 비합리성이 지배해온 인류역사에 대한 통찰, 물질세계의 과학적 분석과 존재와 삶에 관한 철학적 사유, 문화의 형성과정과 우주의 탄생까지 진지한 탐구와 신선한 분석들이 흥미롭다.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다/존 브록만 지음, 이충호 옮김/책읽는수요일

예상할 만한 일이지만 많은 석학들이 가장 심오하고 우아한 설명으로 꼽은 건 다윈의 자연선택설이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의 자연 선택설’을 언급하며 “인간의 쌓아온 지식 중에서 이렇게 적은 가정으로 그토록 많은 사실을 설명한 이론은 없었다고 답한다. 수전 블랙모어 역시 다윈의 이론에 필적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나의 단순개념으로 왜 온갖 설계가 넘치는 우주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설명이 그토록 단순하고 효과적이라면 왜 다윈 이전에 아무도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고 현재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걸까. 블랙모어는 이를 “살아남는 놈이 살아남는다“거나,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성공한다”는 식의 동어반복식 설명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동어반복을 효과적인 개념으로 바꾸려면, 모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제한적인 세계라는 맥락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다윈의 핵심 직관이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다윈은 세상의 많은 현상이 어떤 목표나 목적 때문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단순하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즉 “반복가능한 현상이 나타날 때 우리는 관찰가능한 실제 현상은 계속 반복되는 현상이며, 따라서 반복이 아주 잘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현상을 목적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진화심리와 생명과학, 인류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매트 리들리는 1953년 프랜시스 크릭이 밝혀낸 ’DNA는 일종의 코드와 같다‘는 설명을 베스트 이론으로 꼽았다. “질서가 매우 높은 현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타났을까”에 대한 답을 탐색하는 아르망 마리 르루아는 프라이스 방정식을 택했다. 르루아는 아날로그 라디오 다이얼의 동조, 신생아 사망률과 인간의 출생 체중 분포 등과 같은 모든 종류의 변이 선택과정을 기술할 수 있는 이 방정식이 ‘질서를 만들어내는 계가 대부분 변이 선택계”라는 점을 시시한다고 셜명한다.

그런가하면 유럽 최고의 철학자로 잘 알려진 토마스 메칭거는 이론적 단순성으로서의 우아함을 꼽는다. “우아함은 그냥 하나의 미학적 속성이거나 심오한 형태의 직관적 이해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일종의 순간적인 희열에 불과한게 아니”라 “철학적 원리로서의 형식미는 인간이 발견한 가장 위험하고 파괴적인 개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에 관한 주제들도 흥미롭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의 진행’을 선택한 더글라스 러시코프는 아케이드 게임에서부터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우리 세계에 넓게 포진해 있는 가상현실이 위험하기는 커녕 실재를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단 신용 부도 스와프 위기처럼 시뮬라시옹을 현실로 인식해 착각과 남용과 환상에 빠지는 때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잊지 않는다.

현재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궁금증을 석학들의 명쾌한 설명으로 만날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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