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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국민안전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안일함을 책하다 - 조성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초빙교수)
2014년 서울 잠실지역부터 도로함몰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서울시에서는 선진 대도시들의 사례를 심층조사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의 도쿄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대책을 보면 첫째, 도로함몰의 주요원인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노후하수관의 긴급 보수와 함께 건축공사장 등 각종 굴착공사장과 지하수 관리를 강화하고 둘째, 땅속의 동공(洞空)을 미리 물리적 탐사를 통해 찾아내 예방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탐사를 시행해 약4개월 동안 주요간선도로 48km에서 숨은 동공 105개를 찾아내어 긴급복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건축공사장의 ‘굴토심의’를 의무화하고 중앙정부에 지하수관련 법령개정을 건의해 작년에 ‘지하안전관리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노후하수관을 지속적으로 보수하는 등 도로함몰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수관이 노후되면서 발생한 손상부분을 통해 하수관 주변의 흙이나 모래가 빠져나가면서 땅속에 동공이 생기고 결국 도로함몰이 발생하는데 일본의 통계에 따르면 하수관 매립후 20년이 지나면서부터 주변부에 도로함몰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시간의 경과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도 도로함몰의 잠재적 위험이 큰 30년 이상된 노후관이 약5000km(48.4%)에 달하고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도로함몰 발생비율이 거의 70~8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보수하는 것이 도로함몰을 줄이는 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의 보수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인데, 서울의 경우 앞으로 4년 동안 우선 긴급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포함해 노후 하수관 보수에 약 1조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외에 수해방지사업과 한강수질을 높이기 위해 물재생센터를 개량하는데도 수조단위의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에 지원요청을 해, 지난해 국회에서 500억원이 목적예비비로 편성되기에 이르렀는데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에서 이를 붙잡고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기재부 직원의 인터뷰기사를 보면 노후하수관로로 생기는 싱크홀은 지름 1m 미만으로 규모가 작아 위험성이 낮고 서울시의 재정자립도가 높아 하수관 교체는 정부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도로함몰이 지름 1m 미만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은 이번 부산에서 발생한 함몰이 가로 5m, 세로 4m, 깊이 5m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고, 아니 설령 1m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은 경솔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길을 걷는 어린 아이들이나 달리는 차 밑의 도로가 갑자기 쑥 꺼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게 크든 작든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상상이 안 가는가? 포털에서 검색만 해봐도 관련된 사진들이 널려 있는데도 이렇게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행정은 ‘탁상행정’수준도 못 된다. 그저 국민의 안전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무지몽매함 때문이라고 질책할 수밖에 없다.

다시 일본을 살펴보면 재정자립도가 서울시와 비슷한 도쿄에 노후하수관 보수를 위해 중앙정부가 매년 3000억원 정도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도쿄는 빠르게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도로함몰의 발생숫자를 줄여가고 있다.

이런 양국 중앙정부의 정책적 차이가 결코 국민의 안전에 대한 관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일본 정부가 도쿄시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쿄시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는 반면에, 정권 출범 1년여만에 세월호라는 국가적 재앙을 겪으며 국민안전처까지 새로 발족시킨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서울에서 거주하는 1000만 국민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에는 여도 야도, 중앙도 지방도 따로 있을 수 없다. 서로 힘을 합쳐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기재부는 당장 ‘힘자랑’과 ‘갑질’을 멈추고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위해요소를 하나라도 더 줄일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해야 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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