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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변혁의 시기에 기업들도 적극 나서야-문재도 서울대 객원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사진=문재도 서울대 객원교수]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이자 자선사업가인 빌 게이츠는 저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지난해 6월에 고고도 풍력, 태양광, 신세대 원전 등 소위 그린테크 사업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들을 1970년대 IT산업 투자에 비유하며 당시 수많은 신생기업들이 초기에 어려움으로 실패하였으나 성공하였던 사례를 떠올렸다.

오늘날 많은 과학자, 정치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수급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의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서 2050년까지 인류의 생활에 필요한 화석연료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설비보다 많이 건설되었으며,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제성이 화력발전과 같아지는 지역이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예측이 꿈만은 아니다. 

실례로 최근 북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서 생산된 전력의 장기 구매가격이 정부 지원 없이도 3~4% 수준에 불과하여 석탄 등 화력발전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재의 에너지상황을 볼 때 상당기간 화석연료가 인류의 생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이 보다 현실적이지만, IT나 배터리 기술의 급진전을 고려하면 에너지분야의 변화가 범 지구적 차원에서 보편화되는 것이 가능할 법도 하다. 국제사회도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를 줄여가며, 금융시장도 석탄화력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금융을 획기적으로 늘려갈 태세이다.

자동차도 현재의 내연기관을 배터리로 대체하는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30년께면 신차시장의 30% 이상을 전기자동차가 담당할 거라 한다. 제일 큰 자동차시장인 중국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니 가능할 법하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디젤차 스캔들 후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IT분야의 선두업체인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며, 미국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테슬러의 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하는 것도 이것을 반증한다. 전기자동차는 이동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어 정보통신과 문화를 결합한 우리 일상생활의 플랫폼으로 기능을 할 것이란 전망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기술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이 분야를 강화하고 있어 과거 정보화시대에 선제적 대응과 마찬가지로 다가올 미래 에너지혁명 시대에도 한국이 선진강국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든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유럽의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을 인수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시장에 진출하여 중국기업들이 석권하는 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이는 기업이 우선 눈에 띈다. 전자회사들은 전지, 전자와 IT기술을 활용하여 가정과 산업의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에너지토탈솔류션회사’로 거듭나고 있으며 전기차 시대에 부응하여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세계적인 부품업체 인수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자동차회사들도 전기차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는 초기단계여서 많은 사업에서 수익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변화의 방향성은 확실하지만 기술의 대세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고 있으며 수요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의 시기에 불확실성이 두려워서 새로운 분야의 투자를 미루고 기존 사업의 공정 개선을 통한 평균비용 인하 전략만을 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끝없는 자기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거듭하여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세계적인 제조업체인 GE나 지맨스사가 100년의 전통사업인 가전부문을 수익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과감히 팔아 치운 대신 에너지와 의료부문을 강화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에너지 변혁의 시대는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를 지향한다. 얼마 전에 방한했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30년이면 에너지분야 기술혁명을 통해 화석연료가 새로운 에너지로 대체되어 에너지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추가로 드는 한계비용이 ‘영’이 되는 사회가 출현한다고 예견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초기에 많은 투자를 통해 기회를 선점하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정보화 사회에서 성공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을 실천했던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정부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이제 시작한 에너지 혁신의 노력을 더욱 활성화하고 성과를 거두도록 에너지신산업 정책으로 뒷받침하여 또 하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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