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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어버린 지갑…국민재산증식 프로젝트 잔혹사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비어 버린 지갑. 서민들의 가슴엔 재테크를 통해 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국민재산증식 프로젝트’가 큰 흥행을 하지 못한 채 힘을 잃어가는 이유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세제혜택이 있는 금융상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들은 경제적으로 5~7년의 의무가입기간 동안 돈을 묵혀둘 여력조차 없어 국민재산증식프로젝트에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4일로 출시 6개월을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SA는 한 계좌에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관리하며 세제혜택까지 누리는 투자 상품이다. 세간에서는 흔히 ‘만능통장’으로 불려왔다.

ISA는 출시 보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가입자수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가입자 수 기준으로 은행과 신탁형 위주로 쏠린 편중 현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7월 말까지 은행 가입자 비율은 90.1%(215만1000명)으로 증권사 가입자 9.7%(23만3000명)을 압도한다.

출시 당시,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가입인구를 690만명, 1인당 가입금액 700만원으로 48조3000억원이 유입될 것이라던 전망에 비하자면 아직 성적표가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세제혜택을 받고자 5년에 달하는 의무가입기간이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교육비, 주거비 등으로 고생하는 3040세대의 경우 이같은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으로 목돈이 중간 중간 들어가야 하는 특성상 5년~7년이라는 기간 돈을 묵혀두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 ISA 세대별 평균 잔고에서 30대 58만원, 40대 96만원의 금액은 50대 151만원, 60대 이상 250만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전업주부, 학생 등 소득은 없지만, 자산은 있는 사람들에게도 ISA를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들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기 꺼리고 있어 당분간 ISA가입폭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995년 폐지됐던 비과세 재형저축이 과거 서민들의 재산불리기를 위한 필수 통장이라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 점을 감안해 2013년 3월,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도 결국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재형저축을 생각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 급여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로 가입 자격을 제한하면서 대상자가 많지 않아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는 평이다.

출시 1개월만에 114만5000여명이 몰렸던 재형저축(은행권)은 이후 인기가 급속히 식으면서 2개월차엔 28만4000여명, 3개월째엔 7만7000여명, 4개월째엔 2만5000여명을 모으는 것이 고작이었다.

출시 4개월동안 183만1000여명밖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가입돼 있는 재형저축 계좌 수는 179만9000여좌 수준으로 출시 3개월 때 누적 가입보다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무려 7년이나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입기간을 지키기도 버거운데다, 지난해말 고정금리 기간(3년)이 끝나면서 은행들이 3.85~4.2%에 달하던 금리를 2.7~3.6%까지 낮춰 해지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어 2014년 3월 출시된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역시 비과세혜택 등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시 첫달 10만5000여명, 2개월차엔 10만8000여명이 가입하며 인기를 몰던 소장펀드는 출시 3개월차에 2만9000여명, 출시 4개월차에는 1만2000여명만 신규 가입하며 4개월간 25만4000여명 가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소장펀드는 26만1000여계좌로 지난해 말 마감까지 1년 5개월 동안 1만명도 새로 가입하지 않은 셈이다. 현재 소장펀드 전체 투자규모는 4581억원 수준이다.

소장펀드 역시 절세 효과를 받기 위해서는 5년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입기간이 부담스러운데다 30%가 넘는 수익률을 낸 곳도 있지만 -10%정도로 오히려 손실을 본 펀드도 있는 등 천차만별의 수익률이 문제가 됐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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