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대한민국은 국민 보호하고 있나…불안한 살생물제 관리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1984년 독극물 유출사고로 수만명이 죽고 다친 미국 농약회사 유니언카바이드의 ‘인도 보팔참사’와 1970년대 초반 일본정부가 보상조로 한국으로 보낸 원진레이온의 노동자 직업병 사건.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사건. 시공을 뛰어넘는 이들 사건의 밑바닥에는 선진국의 교묘한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기준이란 선진국에서 강화되는 안전규제가 개발도상국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한 상황에서, 다국적기업 모기업에 적용되는 규정이 개도국의 다국적기업 자기업에서는 적용되지 않거나 매우 느슨한 상태로 적용되는 이중성을 말한다. 다시말해 선진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공해공장을 개도국에 수출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산업보건 및 환경보건 상의 경험과 개선대책이 함께 전달되지않아 수입국가에서 이러한 문제와 피해가 고스란히 재현되거나 규제미비로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도 본질은 꼭 그렇다. 유럽에서는 1998년부터 가습기살균제에 넣는 살생물제((Biocide)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했다. 때문에 영국의 레킷벤키저와 테스코, 덴마크의 케톡스 등은 자신들이 살고있는 유럽에서는 만들지도 팔지도 못했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한국에서는 살생물제 규제가 없는 점을 악용해 만들어 팔았고 끔찍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에서 생활용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물질 500여종에 포함된 살생물질이 국내에서는 버젓이 탈취제, 방향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살생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데만 치중하고 있고, 제품단계의 관리는 각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바로 정부가 최초 가습기살균제 판매이후 수거명령을 내리기까지 18년 동안 국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친 구조적인 요인이다. PHMG의 경우 1994년 미국은 농약으로 분류했고, EU는 1998년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만들어 관리해오던 물질이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어처구니없게도 유해성심사 신청에서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정한 것은 이런 구조적 요인과 무관치않아 보인다.

환경부는 유럽의 살생물제관리법(BPR)과 미국의 연방 살충제법(FIFRA) 등을 벤치마킹해 살생물제를 농약 수준으로 강하게 관리하는 ‘살생물제 통합관리법’을 마련중이다. 2001년에 국책연구기관에서 보고서를 통해 살생물제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지만 15년 동안 하지않고 있다가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이제야 시작했다.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제때 정비하지 못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그들의 이중기준’에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하고 이를 방치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시스템이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나.

dew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