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도망치고 싶었다…최고를 연기하고 싶었다…‘굿와이프’ 두 주인공
소위 말하는 ‘열린 결말’이었다. ‘정의’를 위해 ‘불의’도 서슴치 않았던 스타검사 이태준(유지태)와 변호사 아내 김혜경(전도연)은 ‘쇼윈도 부부’의 길을 걸었다. 오랜 친구인 변호사 서중원(윤계상)은 여전히 그의 곁을 지켰다. “‘굿와이프’로서는 최선의 결말”이라고 배우들은 입을 모은다. 동명의 인기 미드를 원작으로 해 다소 파격적인 장면들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막장 불륜이라는 이야기에 시청자 눈치를 많이 보기도 했죠.”(윤계상)

그럼에도 드라마가 특별했던 것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11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전도연은 속눈썹과 주름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감정의 변화를 끌어냈다. 유지태는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살린 연기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전도연 유지태를 따로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었다.



▶전도연 “매일 도망치고 싶었다”=“저는 제가 못할 줄 알았어요. 매일 매일 도망치고 싶었죠. 대사는 또 어찌나 많은지. 못 외울줄 알았어요 저는.”

끝나면 후련할 것 같았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뒤돌아서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끝낸 것 같아요.”

전도연은 ‘굿와이프’에서 가세를 살리기 위해 가정주부에서 변호사로 복귀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김혜경을 맡았다. 남편 태준(유지태)과 직장 동료 중원(윤계상)의 사랑을 모두 받은 한 여자이기도 했다. 받았던 사랑만큼이나 김혜경으로서 주고 싶은 게 많았다고 했다. “혜경이 태준을 한번 안아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그 넓은 어깨가 작아 보이더라고요. 저는 혜경이 모두를 포용해줬으면 했어요. 그걸 극 끝까지 놓지 않고 가려고 했어요.”

“김혜경을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한 아이의 엄마고, 아내지만 나 자신이라는 존재가 너무 소중하고, 내가 행복한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더라고요. 저도 엄마이다 보니 저 자신보다 가족들이 중요할 때가 많은데, ‘아, 내가 행복해야 하는 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 이날도 정장을 차려입은 김혜경도 드레스를 뽐내는 ‘칸의 여왕’이 아닌 인간 전도연의 모습이었다. 드라마 안에서 그대로 보여줬던 ‘주름’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아요. 아직까진 편한 게 좋아요. 앞으로도 이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주름이 있어도 저는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저는요. (웃음)”

실제로는 ‘굿 와이프’일까. “저는 그냥 굉장히 평범한 것 같아요. 결혼이라는 게 대단한 사랑만으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혜경을 개인적으로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저는 우아하게 영화만 할래요’라고도 말하고 싶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저 전도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아요. 뭐든 열심히만 하려고요. (웃음)”



▶유지태, “매순간 베스트를 연기하고 싶었다” =‘야망’이 뒤엉킨 목적지향적 인물, 성(性)스캔들에 휘말리며 전국민 앞에서 ‘불륜 검사’가 됐지만, 아내와 가족을 향한 사랑과 집착이 이 남자를 복합적으로 만들었다. 다분히 이중적이며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 그래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 불렸다. 신조어의 탄생, 그는 ‘나쁜 남편’이었다.

유지태는 드라마 ‘굿와이프’(tvN)를 통해 이태준을 연기하며 ‘여심(女心)’ 사냥꾼이 됐다. “유행에 뒤쳐져 걱정했지만 운동을 통해 어깨를 강조한” 전략은 나쁜 남편 이태준에게 섹시한 옷을 입힌 계기였다. 그 덕에 ‘아재파탈’로도 불렸다. “전 아저씨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웃음)”

“바람을 두 번이나 핀 쓰레기”(윤계상)에 ‘사랑꾼’ 이미지를 덧입힌 건 온전히 유지태의 몫이었다. “이태준은 지태 형이 연기한 것만큼 입체적인 인물이 아니었어요. 정말 대단하죠.”(윤계상)

유지태는 세상엔 “교과서처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복합적인 이태준’을 “조금 더 괴물처럼 표현했다”고 한다. “연기는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시청자가 어떻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죠.”

‘굿와이프’로 만난 이태준을 통해 유지태는 지난 18년의 시간동안 쌓아온 연기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태준을 입체적인 인물로 끌어내기 위해 대사 한 줄의 뉘앙스롤 연구했다. “대사는 말이잖아요. 말은 생각에서 비롯되고, 생각은 사고방식에서 비롯돼요. 사고방식은 그 사람의 성정에서 나오고요. 한 인물을 입체화시키기 위해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뉘앙스에 따라 대사의 느낌과 해석이 완벽하게 달라지니까요. 그게 제 연기관이기도 하고요.”

사실 유지태에게 드라마는, 이제 겨우 세 편째다. 영화를 통해 관객과 만났고, 직접 연출도 하는 유지태에게 TV는 낯선 매체다. “저 신인배우예요.” 드라마는 도전이었다고 한다.

“40대의 이름 난 배우들 중 무너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발연기’라도 뜨면 데미지가 커요. 항상 베스트를 연기하고 싶었죠. 근데 대사가 없는데 어떻게 베스트의 연기를 하나요. 그런 상황들이 사람을 옭아매더라고요. 그 때 스스로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됐던 것들이 도전이었죠. 최선을 다 하면 시청자도 느끼실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유지태가 그의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연기와 영화”, 그리고 가족이다. “평범한 삶에서 오는 행복을 놓치지 말고 살자”는 것이 그의 삶의 전부다. 가끔 한계의 순간에 이르게 하는 크로스핏에 매달리지만 ”연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엔 욕심이 없다”고 한다. 꿈이 있다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 이젠 TV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대중과도 만날 생각이다. “신인배우니까요.” 

고승희ㆍ이은지 기자/she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