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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닮은꼴 사극 ‘구르미’ VS ‘달의 연인’…초반 명운 OO이 갈랐다
*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고승희=KBS 공무원이 KBS 살렸다 ★★★
이세진=선남선남(?), 보기 좋아 설렌다 ★★☆
이은지=남장여자에 궁중 로맨스, 뻔하다 고개 저어도 또 빠진다 ★★★
*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고승희=‘분량 부자’ 아이유, 이준기X강하늘이 승부수 ★★☆
이세진=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꽃보다 남자’의 향기가 ★★
이은지=이준기, 또 사극? 뉴 페이스 강하늘, 홍종현이 살렸다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여러모로 ‘닮은꼴 사극’이다. 여주인공 1인 구도에 꽃미남 배우들이 집결했고, 원작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확장했다. 두 편의 퓨전사극이 월화 안방에서 맞붙었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다. 


이들 드라마가 저마다의 승부수로 접전을 예고한 것은 지난 30일이었다. SBS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1, 2회를 연속 편성하며 초강수를 뒀다. 한 주 앞서 시작한 ‘구르미 그린 달빛’의 덜미를 잡겠다는 포부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물러서지 않았다. 3회 시작 전 1, 2회를 압축한 스페셜 방송으로 첫 방송을 놓친 시청자를 잡아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희비가 엇갈렸다. ‘구르미 그린 달빛’과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시청률은 2배 이상의 격차로 벌어졌다. 후발주자의 입장에선 아무리 첫 방송이라고 하나 20%를 넘기며 종영한 전작 ‘닥터스’의 수혜도 입지 못한 상황이 됐다. 이날 ‘구르미 그린 달빛’은 전회분의 두 배 가량 시청률이 상승하는 이례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31일 방송에서도 사정은 같다. ‘구르미 그린 달빝’은 전날의 기세를 이어받아 전국 기준 16.4%, 수도권 기준 16.5%의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달의 연인’은 전국 7.0%, 수도권 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도리어 전국 시청률 기준 2.3% 포인트나 빠진 수치다.이제 출발이라지만, 월화안방의 판은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에 ‘퓨전사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온 두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의 틀에서 벗어나 무한한 상상력을 확장한다”(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장점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여성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두 편 모두 꽃미남 배우들이 전진 배치됐다. 사실 두 퓨전사극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에 가깝지만, “주연배우들에 대한 호감도와 스토리 전개 과정”은 두 드라마의 초반 명운을 가르는 계기가 됐다. 아직 보여준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극적 전개 ’구르미 그린 달빛‘ vs 친절한 설명 ’달의 연인‘=승기를 먼저 잡은 건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드라마는 KBS 공무원으로 불리는 박보검의 첫 주연작으로, 방송 3회차에 서로의 신분이 노출되는 긴장감과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변화로 극의 묘미를 높였다. 심지어 로맨스까지 시작됐다.

사실 출발은 조용했다. 첫 방송에서 8%대의 시청률로 안착, 2위를 지키고 있는 ‘몬스터’를 바짝 추격했지만 화제작이라 불리지는 않았다.

드라마는 애초 같은 방송사에서 방송된 ‘성균관스캔들’과 MBC ‘해를 품은 달’이 묘하게 혼합된 작품으로 오르내렸다. 남장여자 내시인 여주인공(김유정) 한 명에 꽃미남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점, 살벌한 정쟁의 소용돌이가 주인공들의 앞날은 뒤흔든다는 점 때문이다. 


박보검은 첫 주연작을 통해 사랑받았던 전작(tvN 응답하라1988)의 그림자는 완전히 지웠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왕세자는 역사 속 인물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삼았다. 권력 암투 속에서 숨 죽인 채 결전의 날을 기다리는 총명한 비운의 왕세자다.

중국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소문난 잔치’였다. 드라마는 제작 단계에서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미 화제를 모았다. 아이유 이준기를 필두로 강하늘 홍종혁 남주혁 지수 백현 윤선우 등 꽃미남 스타들이 포진했다. 김규태 감독은 “미모와 연기력을 갖춘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에서 눈호강 사극”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중국 황실이라는 배경을 고려 왕실로 가져오며 ‘달의 연인’은 와전히 새 판을 짰다. “원작의 캐릭터가 고려 태조 왕건의 아들들이라는 설정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제작사 바람이 분다 백충화 본부장) 스토리나 구성의 이질감은 전혀 없다. 드라마는 여주인공(아이유)가 현대에서 타임슬립(시간여행)해 고려의 왕자들과 로맨스를 펼친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드라마의 부제이자 원작의 제목인 보보경심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걷는다’는 의미로, 신분제의 고려에서 살아남으려는 해수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겼다. 


다만 워낙에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그들에 대한 설명이 1, 2회 동안 지나치게 길었다. “요즘 드라마의 경우 초반부터 사건과 액션이 보이며 긴장감을 줘야 하는데, 2회 중반까지의 전개가 느슨했던”(정덕현 평론가) 부분이 드라마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제작사 측은 “인물들이 많아 초반엔 설명에 중점을 뒀으나 4, 5회부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사연이 부각되면 새로운 재미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미 주인공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구도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박보검 vs 아이유…두 배우의 무게=두 드라마 모두 박보검 아이유가 짊어진 무게가 상당하다.

현재 박보검은 전작들을 통해 다져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방송 4회동안 이미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정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비운의 왕세자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오늘은 숨 죽이는 비범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능청과 허세를 오가는 장난스러운 왕세자의 얼굴 역시 그간 박보검이 보여준 순둥이 이미지와는 상반해 매력도가 높다. 


김성윤 PD는“효명세자 이영의 캐릭터를 원작과 다르게 변주했다“며 ”트렌드에 맞게 ‘츤데레’(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 캐릭터를 입혀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이 급등했던 장면 역시 박보검의 해냈다. 박보검이 지난 3회에서 내시로 성별을 감춘 라온에게 자신이 왕세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장면은 19.1%까지 치솟았다. 이 드라마의 전작은 시청률이 4%대였다. KBS 공무원이 KBS를 살린 셈이다.

오랜만에 안방극장로 돌아온 아이유는 드라마의 어느 장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다. 꽃미남 황자들은 물론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설정의 중심에 있다. 이준기 역시 “아이유가 원톱에 가까운 드라마”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특히 자신의 맡은 해수 캐릭터를 통해 알 수 없는 타임슬립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여줘야 하고, 처절한 정치적 암투 속에서 살아남은 황자와 훗날의 왕이 될 인물, 피의 숙청이 드리울 비극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애틋함까지 연기해야 하는 짐을 졌다. 김규태 감독은 아이유에 대해 ‘연기천재’라고 말했을 만큼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시청자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비판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에서 배우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호감도는 배역과 기타 요소를 통해 나오는데, 김규태 감독의 연출의 특징적인 부분들이 여주인공을 살리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 감독은 “미장센의 특징 중 익스티림 클로즈업을 주로 활용”(백충화 본부장)하는데, 이 같은 연출은 “연기를 웬만큼 소화하지 못 하는 경우 독이 되는”(정덕현 평론가) 경우가 많다.

시청자들 역시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향해 간 아이유의 얼굴에서 섬세한 감정연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공감한다. 이같은 이유로 도리어 ’광고 연기‘라는 평가만 나오고 있다. 드라마의 제작사인 바람이분다의 백충화 본부장은 “김규태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있다. 전작들에서도 회차를 거듭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드라마다. 두 편 모두 역사 안으로 꽤 깊이 들어가있으면서도 퓨전사극의 묘미를 살리며 ‘재미’에 방점을 뒀다. 빠르게 내달리는 ’구르미 그린 달빛‘과 사전 설명이 길어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맛보기 승부가 끝난 현재, 퓨전사극으로의 재미를 살려 시청자를 붙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따라오고 있다. 윤석진 평론가는 “두 편 모두 기존 역사에서 보여주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드라마다. 상상의 지평이 어디까지 확장될 지가 향후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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