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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호 ‘육해공 글로벌 물류기업 꿈’…바닷길 끊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꿈꿨던 그룹의 미래가 물거품이 됐다.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이 지난 30일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리며 기사회생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한진그룹은 알짜자산으로 평가받던 에쓰오일 지분을 팔아 9000억원을 한진해운 회생에 쏟아부었다. 이 뿐 아니다. 대한항공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6600억원이 지원됐고, (주)한진과 한진칼에서도 총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조 회장 본인 또한 한진해운 회장 취임 이후 ‘회사 정상화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고, 마지막 자구안에선 5000억 가량의 유상증자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재계 일각에서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너무 큰 출혈을 감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조 회장은 필사적으로 뛰었다. 실제로 그룹 주력사업인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분기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에 추가 유동성 공급 여부가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되레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그만큼 조 회장의 한진해운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애초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인수할 당시부터 재계에선 만신창이가 된 기업을 되살릴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동생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이후 제수씨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나서며 회사의 경영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해운업 불황으로 화물운임이 호황기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그 결과 당시 용선업체들과 호황기에 맺었던 고액의 용선료 계약은 적자 누적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조 회장이 인수하기 3년전부터 해마다 적자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24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대한항공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경영철학을 이루겠다”며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 창업이념을 되새긴 바 있다.

조 회장은 31일 오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하는 이사회에는 물론 서울 서소문 그룹 본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 머루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착찹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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