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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이름이 창피해요”…야동리·대가리·대변리
[헤럴드경제] ‘구라리, 죽이리, 하품리, 고사리, 야동리’ 듣기만해도 ‘빵’ 터지는 동네 이름이 화제다.

이같은 특이지명 동네는 각자의 사연과 유래를 품고 있는 소중한 이름들이지만, 일본강점기의 잔재·주민불만 등을 이유로 행정명 개명에 나선 마을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주민 동의만 받으면 조례변경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웃긴 이름 덕분에 오히려 마을을 알려졌다”거나 “소중한 마을 이름을 바꿀 수는 없다”는 등을 이유로 마을 이름을 고수 하는 곳도 많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명에 나선 마을경기 여주시 산북면 ‘하품(下品)리’는 지역 주민들이 마을명칭 개명을 추진, 2013년 ‘명품(名品)리’로 고쳤다.

산북면에는 원래 상품(上品)리와 하품리가 있었으나, 하품리 주민들이 “우리가 품질이 낮은 동네 사는 사람들이냐”며 마을명칭을 바꾸자는 여론을 형성해 여주시 승격에 맞춰 개명에 성공했다.

방영철 산북면장은 “아무래도 마을 이름이 하품이다 보니 주민들이 기분 나쁘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을 이름을 명품으로 바꾸고 나니까 주민들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죽리는 행정구역상 ‘죽1리’와 ‘죽2리’로 나뉘었다.

일제강점기 때 이 동네에 대나무가 많다는 뜻에서 죽리로 작명됐고, 죽2리는 ‘죽이리’라는 발음 탓에 웃음거리가 됐다.

죽2리 마을 주민들은 수십년을 고민한 끝에 개명을 요청, 2006년 마을 이름을 ‘원평리’로 바꿨다.

파산동은 인접한 와룡산에 뱀이 많아 큰 뱀을 뜻하는 ‘파(巴)’자가 들어간 파산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이 명칭이 기업인들이 꺼리는 단어인 ‘파산(破産)’을 연상시킨다며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기도 파주시 조리면(현재 조리읍) ‘죽원리’는 ‘죽었니’로 읽혀 거북하다는 이유로 2000년 ‘대원리’로 지명을 바꿨다.
이곳은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대원’ 또는 ‘대원리’라 불렸으나 흥선대원군의 군호(君號)와 같다고 해 ‘대(大)’자를 대나무를 뜻하는 ‘죽(竹)’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

특이지명 고수하는 마을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放光)마을은 1798년까지 둔전리 훈포로 불리다가 ‘방광’으로 개칭됐는데 구전에 따르면 판관이 살았다 해서 판관 마을로 불리다가 표현이 변형돼 ‘판팽→방광’ 마을로 개칭됐다는 설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가끔 타지인의 웃음거리가 되긴 하지만 소중한 마을 이름을 바꿀생각이 전혀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강태수(62) 방광마을 이장은 “지리산에서 도를 닦고 하산하던 사미승들이 들판의 조를 먹어 소로 변했다고 한다. 소들은 주인을 위해 일을 해 빚을 갚았고 어느 날 소똥에서 빛이 나더니 다시 도사가 돼 돌아갔다는 전설 때문에 방광마을이 유래했다”며 “유래를 알고 보면 전혀 기분 나쁠 이름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 순창군 풍산면 ‘대가(大佳)리’는 크게(大) 아름답다(佳)는 의미이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발음돼 마을 주민들이 여러 차례 명칭 변경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불러온 마을의 고유한 이름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충주 소태면 ‘야동(冶洞)리’는 ‘야한 동영상’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마을 이름이었다.

대장간 야(冶)에 고을 동(洞)으로, 대장간이 있는 마을의 특징을 알려주는 명칭이나 ‘야한 동영상’의 줄임말처럼 들려 뜻밖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마을 이름을 개명하자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야동리는 여전히 이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야동동’도 주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현재의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대변리’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동네 이름이 창피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역 명칭을 바꾸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마을 개명이 정식 의제로 오른 적은 없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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