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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역 10m 흡연 단속 D-1 ①] “담배 살때도, 피울때도 세금 내라니…” 뿔난 흡연난민
-9월 1일부터 집중단속…흡연 적발 땐 과태료 10만원

-단속 하루전 출구 앞 흡연 여전…“금연구역 알고는 있지만…”

-흡연자 “죄인된 기분” 금연정책 불만…“흡연구역 확대를”

-서울시민 4명 중 3명 “금연구역 내 흡연구역 조성해야”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담배를 살때도 세금을 많이 내는데 이젠 피울때도 돈을 내라고요? 흡연자들을 위해 한푼도 안쓰면서, 금연정책 너무합니다.”

지난 30일 오후 6시 30분, 지하철 서울역 8번 출구 인근 출퇴근을 서두르는 인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그동안 지하철역 출구에서 계도와 홍보를 집중하면서 담배연기가 줄고 있지만 흡연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 금연구역을 알리는 스티커 밖에는 수십 명이 동시에 담배를 피워댄다. 인근 골목 등 후미진 곳을 찾아 담배를 입에 무는 시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9월 1일부터 지하철역 출입구 10m 금연구역의 단속유예기간이 끝나고 집중단속이 이뤄진다. 사지은 지난 29일 서울역 9번출구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지하철역 출입구 10m 내 금연구역을 살짝 벗어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흡연구역 없는 금연구역만 늘리는 서울시의 일방적 금연정책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역 8번 출구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최동호(36ㆍ회사원)는 “9월 1일부터 지하철역 출입구 10m 내 금연구역에서 집중단속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 플랜카드가 붙어 있어 알고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배값도 그렇게 올려놓곤 세금 걷어서 금연정책만 만드나?”며 “담배를 살때도 세금을 상당히 많이 떼는데 그걸로 흡연자 위한 정책도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면서 아쉬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 제5조 제1항’ 등에 따라 4개월간의 단속유예기간을 마치고 다음달 1일 본격 시행한다. 이제 단속에 걸린 흡연자들은 단순 계도가 아닌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서울시는 10일까지 가용인원을 총동원해 집중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생 최모(23)씨는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습관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게 된다. 괜히 과태료를 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비흡연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흡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금연정책에 대해서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 과태료 10만원이 그냥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흡연자들만 너무 죄인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반면 비흡자는 비흡연자대로 불만이다. 흡연자들이 이면도로나 건물 옆 등 자체적인 흡연구역을 만들면서 간접흡연의 피해가 늘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비흡연자 이모(26)씨는 “지하철역 출입구 금연정책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담배연기 때문에 출퇴근길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며 “금연구역을 피해 출입구 10m 밖 한 두곳에 흡연자가 몰리면서 간접흡연 피해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연구역 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흡연구역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내 금연구역은 지하철역 출입구 1662곳을 비롯해 1만6500곳이 넘지만 흡연구역은 34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이면도로나 건물 옆 등 자체적인 흡연구역을 만들고 있다. 비흡연자들에게선 간접흡연 피해가 늘고 있다는 호소가, 흡연자들에게선 흡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진=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흡연부스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시민 748명이 참여한 서울시의 모바일 투표 앱 ‘엠보팅’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민 4명 중 3명은 ‘금연구역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내외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 흡연구역을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엠보팅에 참가한 748명의 시민 중 75.9%(568명)는 별도의 흡연시설을 설치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24%를 차지하는 180명은 흡연시설 설치에 반대했다.

비흡연자인 A씨는 이번 엠보팅 댓글을 통해 “임신했을 당시 ‘길빵’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며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배려없는 흡연자들 때문에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흡연자들로 횡단보도에서도 몸에 해로운 담배 연기에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 사당역 14번 출구에서 만난 흡연자 이용준(46) 씨는 “무조건 피우지 말라 한다고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담뱃값 인상으로 걷은 세금 중 일부로 흡연부스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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